삼일절인 지난 1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주민이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를 밝혔다.
2일 조선닷컴에 따르면, 논란의 집 주인 A씨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의 반목에서 벗어나 협력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일장기를 걸었다”며 “단지 깃발을 걸었다는 이유로 온·오프라인에서 제게 가해진 압박이야말로 불법적인 다수의 횡포”라고 했다.
A씨는 이날 조선닷컴에 “나는 일본인 아니라 한국인”이라며 “그저 한국과 일본이 협력 관계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일장기를 걸었다”며 삼일절을 폄하하거나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싫다고 말한 적도 결코 없다. 계속해서 앞뒤 상황 다 잘린 왜곡된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주민들의 항의를 받은 A씨가 ‘조센징’, ‘대깨문’ 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이 같은 말들을 한 적이 없다. 제게 폭언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게 위법이냐’고 되물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A씨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30분께 일장기를 게양한 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주민은 현관문 앞까지 찾아와 위협했고, 결국 경찰까지 등장해 A씨에게 “국민 정서에 반하니 일장기를 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나는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되레 집 앞까지 찾아와 초인종 누르고 폭언과 욕설한 게 위법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을 따져 물었더니 ‘검토해보겠다’고만 하더라”고 했다.
실제로 국기법에는 외국기 게양을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북한 인공기는 이적행위 등의 의도로 내건 게 분명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국기 게양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장기 게양에 공권력까지 동원된 것은 지나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자 의견에 따라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경찰이 나설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3.1절에 일장기 올린 게 잘한 일은 아니지만, 경찰 불러와서 철거하라는 건 너무하다”, “주민이 보기 불편해서 비판하는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경찰까지 와서 말리는 건 공권력 낭비”라고 했다. 이번 일이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었다.
이웃들은 A씨에 맞서 ‘1개월 태극기 게양’ 운동에 나섰다. 이밖에 일부 주민들은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녁엔 거두고 아침에 다시 걸고 한 달 동안 (태극기를 게시할) 예정이다. 많은 동참 부탁드린다”, “순수한 마음으로 태극기 달기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등 태극기 게양 인증 글을 올리고 있다.
한편 A씨에 대한 항의 단체의 시위도 예정돼 있다. 현재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에 경찰을 배치하겠다고 A씨에게 통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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