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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도체 인력 양성,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렇다 할 효과가 있으면 정말 좋겠죠. 근데 그게….”

반도체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에게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책에 관해 물었다.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나라 차원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자체는 환영했지만, 실효가 있을지에 대해선 대부분이 말을 흐렸다.



이유를 들어보니 큰 틀에선 두 가지로 압축됐다. 우선 업계가 원하는 인재 수급 시기와 정책 간 벌어진 시차다. 반도체 업계에서 현재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건 석·박사급의 학위를 수료한 ‘고급인력’이다. 정책에 따라 양성되는 석·박사 인력이 육성되기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정부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정책의 시작 시점은 아무리 이르게 봐줘도 작년부터다. 최소 5년가량은 공백이 생긴다. 그나마도 정책의 고급인력 양성 목표치는 2000~3000명 사이. 10년 후 반도체 산업 고급인력 부족 전망치(5565명)의 불과 절반 수준이다. 공백을 메꾸기 위한 외국 유학생 등 외부 인력 수혈을 위한 유인책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 불균형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한국 반도체 산업 고질병으로 메모리 편중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위한 인력수급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책의 중요한 한 축인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 위주의 대기업과 연계돼 있다. 소부장 업체 입장에선 대기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하기도 어렵거니와 흥행도 담보할 수 없어 또다른 방식의 인재 양성책이 절실하다.

반도체가 전 세계의 기술 전장(戰場)이라고 한다면 제일 중요한 무기는 ‘사람’이다. 현재 상황은 지난 20년 간 반도체 인력 양성을 등한시 한 뼈 아픈 패착의 결과다. 이젠 향후 10년을 고민할 때다.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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