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40)은 한때 ‘킹 오브 캐시’라고 적힌 헤드 커버를 퍼터에 씌우고 다녔다. ‘퍼팅이 돈’이라는 의미 외에 그만큼 퍼팅을 잘 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그는 결정적인 퍼트를 성공하며 환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개막전이었던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도 최종일 마지막 18번 홀에서 7m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했다. 통산 11승의 그는 통산 상금 부문에서도 1위(43억 8600만 원)다. 진짜 ‘킹 오브 캐시’인 셈이다.
박상현이 클러치 퍼트에 유독 강한 비결은 뭘까. 본격적인 봄 골프 시즌을 앞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다. “프로들도 18홀 내내 집중할 수는 없어요. 어려운 홀에서는 파만 하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고, 쉬운 홀에서는 반대로 정신을 바짝 차려요. 이렇게 짧은 순간 집중하는 게 효과가 커요.”
기술적인 노하우도 공개해 달라는 부탁에 그는 “슬라이스 라인에서는 페이스가 열려 맞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백스윙 이후 약간 여유 있게 스트로크를 한다는 느낌으로 하는 게 내가 체득한 비결”이라고 했다. 반대로 훅 라인에서는 민다는 감각으로 폴로스루를 하면 살짝 열려 맞아 페이스가 닫히는 실수가 줄어든다고 했다.
박상현은 거리에 따라 스트로크도 조금 다르게 한다. 짧은 퍼트를 남겨 놨을 때는 과감하게 툭 때린다는 느낌을 갖고, 5m 이상 중장거리 퍼트를 할 때는 폴로스루를 길게 가져가 볼이 부드럽게 굴러가도록 한다. 박상현은 “퍼팅은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브레이크 파악도 캐디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자꾸 해야 한다”며 “홀 주변뿐 아니라 그린의 전반적인 지형을 봐야 브레이크가 더욱 잘 보인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