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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스스로 선택하는 근로시간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4차 산업혁명 고도화의 시대다. 기술과 산업구조는 날로 변화하고, 삶의 방식과 근무시간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 모여 회사가 원하는 시간까지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근로자들은 자기계발이나 여행과 육아 등 본인을 위한 시간과 여가 확보에 더욱 힘쓴다.

70년간 유지된 공장 기반의 노동법 제도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근로자의 삶의 질,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 그간 우리나라는 일 또는 주 단위 근로시간 상한 외에도 연장근로 할증과 형사처벌 등 다중 규제장치를 뒀다. 특히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당초 주68시간 상한)의 급격한 도입으로 산업 현장은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법을 피한 ‘꼼수 야근’과 임금 체불을 야기하는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 등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공정한 보상이 저해되고 있다.

노사의 선택권 존중과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은 시대적 흐름이다. 근로시간이 짧은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그렇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획일적인 주 단위 규제가 아닌 주 평균 또는 총량 준수 방식의 초과근로 규제와 건강권 보호를 균형적으로 배치한다. 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핵심도 노사가 원할 경우 연장근로 총량 관리를 주 단위 이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리 단위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용가능한 연장근로 총량규모를 최대 30%까지 줄여 장시간 근로도 사전에 예방한다. 특히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 구체적인 건강권 보호조치도 법률에 명시하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날과 시간을 근로자가 결정하는 선택근로제가 활성화되면 기업별로 주4일제나 4.5일제의 운용이 가능해진다. 자녀의 등·하원을 함께 하고 러시아워를 피해 여유롭게 출퇴근할 수도 있다. 자기계발의 시간은 덤이다. 연장근로를 가산수당이 아닌 휴가로 전환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은 안식월,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 선택지를 넓히고 건강권을 보호하는 근로시간 제도의 개선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경력단절 여성이나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만성적 과로를 줄이지 못할 거라는 일부의 우려가 있다. 사실 장시간 근로 관행의 개선은 초과근로 규제뿐 아니라 과학적이고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체계의 확립, 포괄임금 오남용의 근절,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보장, 연차 휴가 사용 활성화 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공짜 야근’과 포괄임금 오남용의 확실한 근절을 위해 포괄임금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뿌리뽑힐 때까지 근로감독을 지속할 것이다. 또한 근로자의 ‘자기시간’ 결정권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제를 도입하고 직종·직무별 근로자의 의견제시 통로도 공식화할 예정이다.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한 연구도 착수한다.

과거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 확실히 놀고’란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가 트렌드다. 곧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이 발표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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