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낙마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개선 방안을 찾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 라인으로 구성된 인사 시스템이 검찰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증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정 변호사와 관련해 “(인사)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며 “공직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합법적 범위 내에서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이 2017년 명문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기숙사의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사퇴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관리단 등 인사검증라인은 정 변호사의 아들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해명에 나서며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벌어졌던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거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과거 사례처럼 개인정보를 과하게, 법적으로 정해진 한도를 넘어서 수집하는 것은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을 해체하고 법무부 인사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다원화한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라면 고위 공직자의 자녀 문제는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검증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장관급 개각, 차관급 처와 청과 같은 인사에서 동일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고위 공직자의 자녀와 관련된 사안으로 낙마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장학금 논란으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특혜 입학 의혹으로 각각 낙마했다.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자녀와 관련된 검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검찰 중심의 인사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인사 검증은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물론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모두 검찰 출신이다. 특히 이번에 낙마한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지검장일 때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고 한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때문에 검찰 출신이 포진한 인사 검증 라인이 철저한 검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은 이미 2018년 한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관리단은 물론 경찰청 세평 조사에서도 결격 사유가 없다고 보고됐고 윤 대통령은 임명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인사 검증 조직이 면밀한 검증에 나서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결격 사유가 있으면 인사권자에게 가감 없이 보고하는 검증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인사 검증 실패를 입법으로 바로잡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관련 의혹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며 “인사검증단을 대통령실에 두거나 그렇지 않으면 인사혁신처에 두는 게 맞는다고 봐서 다음주에 관련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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