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5000만 원을 받고 미성년 딸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성과 결혼시키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결혼 지참금 관습인 차이리(彩禮)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쓰촨성의 한 부모는 한 남성에게 26만 위안(약 4900만 원)의 차이리를 받고 16살 딸 ‘샤오쿠’를 강제로 시집보내려 했다.
샤오쿠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과의 결혼을 거부하며 광둥으로 달아나 공장의 생산직으로 취업했다. 차이리를 건넨 남성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샤오쿠가 일하는 공장의 기숙사까지 찾아와 그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샤오쿠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톈둥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모님이 저를 그들에게 팔았다”라며 구조 요청을 했고,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현지 민정국과 여성연합회는 그녀의 가족을 불러 설득한 뒤 샤오쿠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차이리는 오랜 중국 관습으로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측에 주는 지참금이다. 딸을 잘 키워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미풍양속이었으나 신부 측이 거액을 요구해 파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결혼을 꺼리는 풍조까지 확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지린성 바이청에서 한 예비부부의 결혼식이 차이리 문제로 당일 취소됐다. 신랑은 애초 30만 위안(약 5700만 원)의 차이리를 약속했으나 집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려 했던 계획이 신부 측 요구로 어긋나자 25만 위안(약 4700만 원)만 건네려 했다. 신부 측이 이를 거부해 파혼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초에는 닝샤자치구에서는 딸의 남자친구가 차이리 50만 위안(약 9400만 원)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딸을 강제로 끌고 간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차이리 문제는 주로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성이 부족한 농촌에서 발생하는데, 농촌 가구의 평균 소득을 고려하면 차이리를 모으기 위해 평균 5년 이상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1년 중국에서는 764만여 쌍이 결혼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800만 쌍을 밑돈 건 2002년(786만 쌍)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올해 ‘1호 문건’에서 잘못된 차이리 관행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호 문건은 중국 지도부가 그해 추진할 최우선 정책 과제를 담고 있다.
이는 차이리가 중국의 사회적 문제가 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구 감소와 저출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젊은 층의 결혼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습’ 척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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