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를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 사건 이후 미중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으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양측이 이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미군은 4일 격추한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 회수를 완료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8일(현지 시간) 뮌헨안보회의(MSC)가 개최 중인 독일에서 전격 회동하고 중국 정찰풍선을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블링컨 장관이 이달 초 예정했던 중국 방문을 정찰풍선 사태로 무기한 연기한 후 2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회동 직후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 프로그램이 5개 대륙 40여 개국 영공을 침범하는 등 전 세계에 노출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담 중에 왕 위원이 정찰풍선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고 ‘신냉전’을 향해 가고 있지도 않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재확인하며 더 이상 확전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왕 위원은 그러나 미국이 정찰풍선을 격추한 것을 ‘무력 남용’이라 칭하며 “중미 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와 관련해서는 ‘군자애재 취지유도(君子愛財, 取之有道·군자도 재물을 좋아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그것을 취한다는 의미)’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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