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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키로 간다?…초등학생 비만 '이병' 주의해야 [헬시타임]

8~9세 이전 2차 성징 나타나면 성조숙증 의심해봐야

사춘기 빨라지면 키 작아지고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

키·체중 성장속도 체크, 의심되면 전문의 상담 필요

코로나19 이후 소아 비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지투데이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장영란(42·가명)씨.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8살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운동하기 싫어하는 성격의 아들이 코로나19 유행으로 수개월간 다니던 학원도 끊고 화상수업을 들으며 집에서만 지내는 동안 체중이 6kg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장씨 아들은 몇년 전까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편이었다. 체중이 불면서 아들의 키도 큰 것 같아 내심 뿌듯해하던 장씨.

오랜만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9살 딸 아이의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다가 '소아 비만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체지방이 여성호르몬을 늘리기 때문에 비만일 경우 성조숙증이 발생하기 쉽다는 얘기였다. 그날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 중 한명으로부터 성조숙증 진료를 잘 한다는 병원에 예약을 해놓았다는 말까지 들으니 마으밍 더욱 심란해졌다. "코로나19 기간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으며 아이들 건강관리에 너무 무심했던 걸까" 마음이 무거워진 채 집으로 돌아온 장씨는 며칠째 포털사이트에서 '성조숙증' 관련 정보를 찾고 있다.

◇ 또래보다 사춘기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방치하면 조기에 성장 끝날수도


성조숙증은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경우다. 정상적인 사춘기 시기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아는 만 10세 전후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남아는 만 11세 전후에 고환의 용적이 4cc 이상(어른 엄지손톱 정도 크기)으로 커지는 게 정상적인 사춘기라고 간주한다. 만약 이같은 신체 변화가 2년 가량 빠르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정혜운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여아의 경우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유방 또는 고환이 발달하는 사춘기 현상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탓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호르몬은 체내에서 2차 성징을 유도하고 성장판을 자극한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사춘기 진행이 가속화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어렸을 때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골 성숙이 빨라지다 보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때문에 성장이 조기에 끝난다. 정작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 키는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마다 편차는 있지만 성조숙증이 있으면 아이가 본래 클 수 있는 키보다 최종 키가 10cm 이상 작아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자녀가 또래보다 빨리 큰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것은 아니란 얘기다.

◇ 과도한 염려는 금물이지만…"키·체중 등 성장 속도 체크하길"


최근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자녀의 키 성장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 중에서는 치아 성숙이 빠르고 두피에서 (호르몬) 냄새가 나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는 이유로 성조숙증을 우려해 외래진료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많다.

정 교수는 "성조숙증은 남아보다 여아에서 월등히 많다. 두피 냄새가 나는 것만으로 성조숙증을 의심하지는 않고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게 정확하다"며 "정기적으로 자녀의 키와 체중을 측정하면서 성장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급격히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등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신호가 나타났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필요할 경우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 비만도 성조숙증 유발…코로나19 이후 ‘집콕’도 증가세 부추겨


성조숙증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소아청소년 중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6만 명을 넘었다. 급격히 낮아지는 출산율과 대비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에서 성조숙증 진단 사례가 급증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의료기관 진료과목별 성조숙증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성조숙증 청구 건수는 64만 8528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46.4% 증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성소죽증 청구 건수는 지난해 18만 9508건으로 2019년 대비 무려 101.3%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소아 비만이 증가하면서 성조숙증 진료 및 진단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혜운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조숙증에 대해 설명하고 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학계에 따르면 비만은 성조숙증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성조숙증 증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여아의 초경 나이가 점차 감소하는 것도 비슷한 원인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환경이나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인체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 변화를 야기하면서 사춘기를 앞당기고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국내 여아들의 초경 연령은 12.6세까지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으로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나 플라스틱 등의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신체의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끼쳐 사춘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밖에 유전적인 요인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도 성조숙증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 사춘기 지연주사, 꾸준히 맞아야 효과…"임의 중단은 금물"


일단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치료에 앞서 중추성과 말초성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중추성 성조숙증은 성조숙증의 원인이 뇌의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등의 중추성에서 유래하는 경우다.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의 조기 활성화로 성호르몬이 정상보다 일찍 분비돼 발생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추성으로, 사춘기 지연 주사를 4주~12주 간격으로 처방받게 된다. 말초성은 상대적으로 드문데 고환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어서 성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거나 약품, 화장품 등에 의해 성호르몬에 노출되어 유발된다. 이 경우 각 원인에 맞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정 교수는 "일부 부모님들은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면 아이의 키가 더 자라지 않을까봐 염려한다"며 "사춘기 지연주사는 성조숙증으로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해 키가 꾸준하게 오랜 기간 크는 데 도움을 준다. 부작용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르몬 치료의 효과는 유지기간에 비례한다. 3~5년가량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임의 중단하기 보단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치료 계획을 잘 따라가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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