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전문가가 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녀인 김주애 띄우기를 본격화한 데 대해 4대 세습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과거 김 위원장의 후계 세습 과정에서 형성된 트라우마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 북한 전략 대담에서 최근 잇따르는 김주애의 공개활동에 대해 “왕조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김정은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가 24세에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가 가장 트라우마로 작용한 시기였을 수 있다”며 “그는 24세부터 후계 준비를 시작해 27세에 북한의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애초 김 위원장은 이복형 김정남에 밀려 후계 구도에서 후순위였으나 이후 북한 내 권력 투쟁 과정을 거쳐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2인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암살조를 보내 김정남을 암살했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처형된 당·정·군 고위 인사는 2016년 말까지 파악된 것만 140여 명에 달한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상당한 트라우마였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가 그의 후계자를 미리 준비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주애가 그의 후계자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김정남은 한때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결국 낙마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이유 또한 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조셉 전 미국 비확산 담당 대사는 대담에서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이 지속해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핵무기 사용 기준을 법제화해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핵 고도화에 가속을 붙인 상황을 거론하며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셉 전 대사는 “오늘날 북한은 40~60개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7년까지 이 숫자는 200개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지금으로부터 4년 뒤 북한이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규모 군사적 갈등은 한반도에서 재앙적인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을 테이블에서 내려놓아서는 안 되지만, 선제공격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