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새 최고경영자(CEO)를 맞은 도요타가 ‘전기자동차 퍼스트’를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느라 글로벌 전기차 전환 흐름에 뒤진 도요타가 전기차 생산 강화를 천명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월 CEO에 취임하는 사토 고지 집행임원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기차 우선 사고방식(EV-first mind-set)으로 사업 본연의 성격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26년까지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이용해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새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도요타의 전기차 생산 플랫폼은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일부 개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의 한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테슬라 모델을 참고로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전기차 1대당 순이익은 도요타의 5배에 달했다. 도요타도 전기차만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사토 차기 CEO는 렉서스가 새 전략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도요타가 2035년까지 렉서스의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자신이 공식적으로 CEO에 오른 뒤 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도요타는 선도적 투자 확대로 전기차 사업을 더 효율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체 배터리 개발, 배터리 부품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에도 나서 전기차 배터리의 외부 조달을 대체할 방침이다. 나아가 2030년 전기차 판매량 350만 대를 달성해 전체 차량 판매 대수 중 전기차의 비중을 3분의 1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가운데 도요타는 한참 뒤져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083만 1000대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1477만 5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도요타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상위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해 도요타와 렉서스 매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현재 CEO이자 4월에 회장으로 승진하는 도요다 아키오는 그동안 “고객들에게 하이브리드차·수소차를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사토 차기 CEO도 “흔들림 없이 (도요다 CEO의) 전방위적 접근 방식을 지속할 것”이라며 전기차를 집중 개발하되 하이브리드·수소차 등도 계속 생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사토 차기 CEO가 전방위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했지만 테슬라, 중국 BYD 등은 전기차에만 주력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도요타가 이런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와 관련해 사토 차기 CEO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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