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달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약사단체가 "독선적이고 안이한 정책 발상"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약사회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채 약배달을 기정사실화 했다”며 “그동안의 의약품 관련 정책 협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대한약사회를 협의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게 약사회의 해석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최근 전문기자협외회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심각단계를 경계로 하향조정하기 전에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을 완료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약 배달의 경우, 지역 약국가 생태계가 붕괴되거나 약사 업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포함한 규제 방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하지만 의료소비자가 민간 플랫폼을 통해 처방과 조제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건강을 민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운용하려는 것이라는 게 약사회의 판단이다.
이날 약사회는 복지부를 향해 개인정보 보호 기관독립 소비자 선택권 보장 전자처방전 무결성 수익자 부담 등 5대 원칙을 기반으로 비대면 방식의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운 개인정보 보호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상존하므로, 그에 대한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 약사, 애플리케이션(앱)이 독립적 기능을 유지하고 다른 기관에 종속되지 않아야 어느 일방의 지배력에 의한 다른 기관과 소비자에 대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기관 독립의 원칙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소비자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선택할 때 온전한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비대면 방식 진료의 최종 결과물인 전자처방전을 신뢰할 수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악용되지 않는 한편, 비대면 방식 진료로 인해 편의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이득을 보는 주체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재 플랫폼기업만을 위한 한시적 고시 즉각 철회 △약사사회 동의 없는 약사법 개정시도 즉각 철회 △보건의료계가 함께 참여하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 마련 등의 요구사항도 포함됐다.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전제로 상기 원칙을 기반으로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이고 안이하게 제도를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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