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들의 2024년 파리 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선수 출전 금지' 목소리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이 거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누가 어떤 스포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행위는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대회의 취지를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그 우방국인 벨라루스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따른 대응이다. 최근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개인 자격 올림픽 참가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35개국 체육장관 화상회의에서 "테러리스트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자체가 폭력과 무법의 표출"이라며 "중립을 가장한다고 해서 이를 은폐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28명의 우크라이나 선수와 코치들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서방도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체코·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이 러시아 및 벨라루스 선수들의 올림픽 참여를 반대했고, 더 나아가 라트비아·에스토니아·폴란드는 출전이 이뤄질 시 올림픽 보이콧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개최지인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지난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전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의 목적이야말로 평화"라며 "누가 평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누가 개방된 자세로 소통하려 하고 있는지, 누가 고립과 분열을 원하는지를 올림픽이 보여줄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냈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도 여권에 기반해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며 테니스 등 몇몇 종목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러시아인의 중립국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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