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기교와 테크닉적으로 높은 난이도의 피아노곡, 현대 피아니스트 개념을 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올해로 탄생 150주년이자 타계 80주기를 맞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이를 기리며 준비된 크고 작은 연주회가 연중 내내 클래식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곡들도 교향곡·협주곡·교향시 등 관현악곡은 물론 피아노·첼로 등 기악곡, 가곡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사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국내 클래식 대중들이 많이 사랑하는 음악가로 꼽힌다. 그의 곡 대부분이 슬픔과 한(恨)의 정서를 기반에 깔고 있어서 한국인의 정서와도 맞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해 밴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경연에서 연주해 유튜브 조회수 900만건을 넘길 정도로 화제를 모은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 대표적이다. 피아노곡 외에도 교향곡, 첼로 소나타, 가곡 ‘보칼리제’ 등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피아노곡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고, 그 외 교향곡이나 기악곡에서는 멜랑콜리하고 슬픈 정서를 그윽하고 깊게 보여주는 한편 가끔씩 대중의 정서를 찌르기도 한다”며 “모두 국내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와 맞는다”고 설명했다.
우선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수도권 주요 4개 오케스트라가 정기연주회에서 한 번씩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한다. 특히 그의 교향곡 제2번은 KBS교향악단과 국립심포니, 경기필이 각각 5월, 9월, 10월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할 예정으로, 세 악단의 연주를 비교하는 재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향은 5월 정기공연에서 2021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협연한다.
KBS교향악단은 더 나아가 12월 이틀에 걸쳐 기획공연 시리즈인 ‘마스터즈’를 통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4번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협연자로 나선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올 6~12월 테마 연주회 ‘리추얼 라흐마니노프’라는 이름으로 네 차례 공연을 열어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선사한다. 6월 부천아트센터의 개관기념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김혜진의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1번과 교향곡 1번을, 7월에는 피아노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선사한다. 9월은 피아니스트 김도현의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3번과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12월에는 ‘교향적 무곡’ 등을 선보인다.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4, 5, 9월 라흐마니노프의 실내악 시리즈 공연을 준비한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정한빈은 4월 피아노 모음곡 1번과 2번, 5개의 로망스 등 그동안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았던 라흐마니노프의 다양한 포핸즈(four hands) 곡들을 연주한다. 5월에는 소프라노 서선영 등 성악가들이 라흐마니노프의 대표 가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9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두 곡의 피아노 3중주 등을 연주한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4월 1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아르메니아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은 4월 2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피아노곡 ‘악흥의 순간’ 제2·6악장과 ‘회화적 연습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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