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의 첫 인구 감소에 충격을 받은 중국에서 건강하고 외모가 준수한 남자 대학생들의 정자 기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나섰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정자 기증에 최대 113만원의 사례금까지 걸었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베이징뿐만 아니라 산둥, 윈난, 장시, 하이난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정자 기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베이징의 비영리 정자은행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키 170㎝ 이상의 청결한 습관을 지닌 20∼40세로, 감염병이나 유전병이 없고 큰 탈모도 없는 남성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정자 기증을 요청했다. 난임부부들에게 기증 받은 정자를 지원해 신생아 수를 늘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정자은행은 "베이징과 톈진의 기혼 부부 불임률이 15%에 달하고 그중 40%는 정자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자 기증을 필요로 하는 부부는 최대 2년을 대기해야 한다면서, 약 5000 위안(약 93만 원)까지 사례금이 지급되니 대학생들은 많이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정자 기증자들에게는 1회에 100위안(약 1만8000원) 정도 사례금이 지급된다. 특히 건강한 정자로 판명돼 3개월 이내에 최소 8회에서 최대 12회까지 추가 기증한 경우 4500∼6100위안(약 84만∼113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정자 기증자의 조건은 대체로 비슷하나 베이징의 경우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20대여야 하며 신장 170cm 이상에 탈모가 없어야 한다. 또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유전 가능성이 큰 질환도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남성이 8회 이상 정자 기증을 완료할 경우 5150위안(약 96만 원)을 지급한다. 가장 많은 사례금을 주는 곳은 허난성으로 조건을 갖춘 남성이 3개월 이내 10회 기증할 경우 6100위안을 지급한다.
산시성의 정자은행은 지난 9일 기증자들에게 정자 분석, 염색체 검사, 유전병과 감염병 검사 등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산시성 정자은행의 한 직원은 기증자는 평균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지녀야 한다며, 많은 남성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후베이성 추톈일보는 정자 기증을 지원하는 이들 중 소수만이 기준을 통과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증자는 평균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지녀야 한다며, 많은 남성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자가 초저온에서 보관돼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기증 지원자의 불과 20%만이 그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 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감소했다. 대규모 자연재해와 대기근이 겹친 1961년 인구 감소를 제외하고 사상 처음으로 구조적인 인구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중국은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인구가족사(司) 양원좡 사장(국장급)은 중국의 한 건강 잡지 최신호에서 불임이나 정자의 질이 출생률 저하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육아와 경제적 부담, 여성의 직업적 발전에 대한 우려가 출생률의 주요 제약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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