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 기업 및 연구소 6곳을 수출통제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미국 기업의 이들 기관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로 미국이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경제 보복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영공에서도 미확인 물체가 잇따라 발견되며 서방의 안보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전날 베이징 난장우주기술, 차이나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 등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을 수출통제명단에 추가했다. 상무부는 이들 기관이 “인민해방군의 정찰풍선 및 비행체 개발을 비롯한 군 현대화에 기여했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정찰풍선 사태에 대한 대응임을 명확히 했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장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주권을 해치는 기관들이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9일 미국 정부는 의회 청문회, 성명 등 여러 경로로 ‘중국의 풍선은 기상 관측용이 아닌 정보 정찰용’이라고 주장하며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인 수출통제명단 지정으로 향후 미국 기업이 6개 기관에 미국 부품과 기술을 수출할 때는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 명단에 화웨이·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을 올려놓았다. 다만 미 상무부는 6개 기관들이 정찰풍선 개발 및 운영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NYT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정찰풍선 사건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경제 보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미 대륙 상공에서 이틀 연속으로 미확인 물체가 발견돼 당국이 격추하는 일도 벌어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 트위터에서 “미확인 물체가 캐나다 영공을 침범해 격추를 명령했다”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소속 미국 F-22전투기가 캐나다 북부 유콘 지역에서 이 물체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도 미국 알래스카주 북동부 해안 상공에서 고고도 물체가 발견돼 군이 쏘아 떨어뜨렸다. 다만 아직 잔해도 수거되지 않아 두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4일 격추한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서도 연방수사국(FBI) 주도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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