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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강남 골프장 강간·살인범…뒤집힌 2심 판결, 이유는

1심 '살해 고의성' 인정 안해 면소 판결했지만

2심 "미필적 고의 충분" 판단…징역15년 선고

지난 1999년 20대 여성을 강간·살해한 전씨는 사건 발생 24년 만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캡처




20대 여성을 강간·살해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던 피고인이 사건 발생 24년 만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골프연습장 살인 사건 미스터리’편을 통해 조명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박영욱 황성미 부장판사)는 9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52)에게 무죄와 면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 1999년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범 한 명과 함께 20세 여성 A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고 결국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2016년 12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장기미제 살인사건 증거로 보관해온 유전자정보(DNA)와 교도소 수감자들의 DNA를 비교 분석하던 중, 숨진 A씨의 몸에서 발견된 범인의 DNA가 전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전씨는 연쇄 강도살인 등 총 14건의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강원 원주교도소 복역 중이었다.

이에 다시 경찰 수사가 재개됐고, 사건 발생 22년 만인 2020년 11월 검찰은 성폭력 특별법상 강간,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전씨를 기소했다.



피해자 A씨의 시신에는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캡처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전씨가 A씨를 강간·폭행할 당시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전씨가 A씨를 고의로 살해했다면 처벌할 수 있지만, 폭행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치사’로 인정되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심은 전씨에게 A씨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강간살인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강간치상 등 나머지 혐의는 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 시신의 손상 정도나 사건이 벌어지는 데 소요된 시간 등 정황을 종합해 판단한 끝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심야에 노상에 여성을 차에 태워 살인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를 배상하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별도의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사건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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