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소환조사를 하루 앞두고 이 대표와 검찰이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1차 조사 당시보다 2배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반면 이 대표는 이번에도 수사팀이 통보한 시간에 출석하지 않을뿐더러 답변도 서면 진술서로 대체하기로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이러한 진술 태도 등을 명분으로 삼아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이날에도 이 대표 측과 출석 시간을 조율하지 못했다. 검찰은 10일 출석 시간을 오전 9시 30분으로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당일 오전 9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까지 마친 뒤 오전 11시에 조사를 받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검찰은 1차 조사 때도 이 대표가 요구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출석했고 심야 조사도 받아들이지 않아 충분한 피의자 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질문지의 분량은 1차 조사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내용들까지 포함해 기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200여 쪽에 달한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서 답을 듣지 못한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정치자금법 혐의 인지 및 관여 여부,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428억 원 약정 등에 대한 소명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서면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묵비권 전략을 고수한다면 이번에도 ‘맹탕 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태도는 3차 검찰 조사는 물론 구속영장 청구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수사팀이 요구한 시간에 출석해 구체적인 답변을 해준다면 가급적으로 이번 조사에서 모든 사안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대표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시 추가 조사 등 후속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입을 열기 위한 관건은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그를 흔들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검찰은 민간 업자들의 요구 사항이 정 전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향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 대표의 1차 조사 답변서에는 정 전 실장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이에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두 사람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달 7일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 이뤄졌던 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번 조사 때 다루지 않기로 했다. 위례·대장동 의혹으로도 시간이 빠듯한 만큼 관련 사건은 시차를 두고 조사에 나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하고 있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이송받아 위례·대장동 사건과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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