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시술 전 환자에게 차분한 분위기의 가상현실(VR) 화면을 보여주면 불안감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황장애, 알코올 중독 등의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VR 기술의 가능성이 새로운 의료분야에서 확인된 것이다.
박효진·김윤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20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시술을 받은 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시술 직전 VR에 노출된 그룹의 경우 시술 후 STAI(상태불안척도) 45점 이상의 높은 상태불안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이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노출 그룹은 시술 직전 35%에서 50%로 증가했다. 진정제에 대한 만족도는 비노출 그룹이 4.45±0.605점, VR 노출 그룹이 4.85±0.366점으로 VR 노출 그룹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VR 노출 그룹에게는 정원, 해변, 자연의 소리와 함께 수중 장면을 특징으로 하는 3~5분 가량의 클립 영상을 시술 직전 시청하도록 했다. 이후 환자의 나이, 성별, 과거력, 시술 종류, 시술 시간, 투약된 진정 약물 용량을 조사했으며 설문지를 통해 시술 전후의 불안도, 통증 정도, 시술 만족도, 진정 만족도를 조사했다. 통증 점수와 시술에 대한 만족도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내시경 시술 전에 불안이 증가하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는 물론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VR 같은 비약물적 도구를 사용하면 부작용은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VR의 진정 효과를 확인하고 관련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앞으로 시술에 대한 환자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VR 시술 시뮬레이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논문은 '내시경 수술 전 VR을 이용한 불안감 완화'라는 제목으로 연세의대 종합 학술지 ‘YMJ’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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