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레바논이 25년 만에 레바논파운드화의 공식 가치를 90% 절하했다.
리아드 살라메 레바논 중앙은행 총재는 1일(현지 시간) 공식 환율과 실질 시장 환율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레바논파운드화 가치를 달러당 1507파운드에서 1만 5000파운드로 낮춘다고 밝혔다. 1997년 이후로 고정됐던 공식 환율이 조정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공식 환율이 3년 넘게 이어진 경제난으로 97% 가까이 폭락한 통화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19년 본격화한 레바논의 경제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8월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맞물려 최악으로 치닫자 세계은행(WB)은 레바논에 대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상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MF는 지난해 레바논에 3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선결 조건으로 신속한 환율 통일을 요구했다.
다만 새로운 공식 환율도 여전히 시장과 큰 괴리를 보인다는 점에서 환율이 통일되기는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월 31일 기준 암시장에서 레바논파운드화는 달러당 5만 7000파운드 선에서 거래됐다”고 전했다. 레바논 중앙은행이 도입한 정부 공인 시장 환율(Sayrafa rate) 역시 현재 3만 8000파운드 수준으로 공식 환율을 훌쩍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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