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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헨드릭스 등 수많은 셀럽을 매료시킨 4조짜리 코스[골프 트리비아]

페블비치와 그곳의 창조자 모스 이야기

처음엔 부동산 매각하려 골프코스 건설

매각 주도하던 모스가 되사 친환경 개발

유명 정치·연예·예술·사업가 페블비치 거주

우즈, 파3 코스 재설계…“천상의 조합” 찬사

페블비치 7번 홀. 사진=페블비치닷컴




이번 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다. 프로골퍼와 유명인들이 함께 경기한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신이 만든 코스’로 불린다. 코스 바로 옆에서 거대한 태평양이 넘실대고 매 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내 생애 딱 한 번의 라운드가 남았다면 페블비치를 택하겠다”고 했다. 인근의 사설 도로인 ‘17마일 드라이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여겨진다.

페블비치의 역사는 18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퍼시픽 임프루브먼트 컴퍼니’(PIC)라는 회사가 이곳에 리조트 호텔인 ‘델 몬테’를 세웠다. PIC를 설립했던 4명의 오너들이 1900년까지 모두 죽자 후손들은 회사를 정리한 뒤 각자 길을 가길 원했다. 하지만 1916년까지 자산은 매각되지 않았다. 그러자 이들은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사무엘 핀리 브라운 모스를 고용했다. 그는 모스 부호를 발명한 ‘그 모스’(사무엘 핀리 브리즈 모스)와 친척이기도 했다. 모스는 호텔을 비롯한 부동산을 수월하게 청산할 목적으로 골프장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페어웨이는 양떼들이 관리할 것이고 코스 디자인은 아마추어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을 만큼 코스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8번 홀. 사진=페블비치닷컴


모스는 잭 네빌과 더글라스 그랜트라는 2명의 아마추어 골퍼에게 코스 디자인을 맡겼다. 둘 다 실력파 골퍼였지만 코스 디자인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페블비치는 세계 최고의 코스가 됐다. 훗날 네빌은 이렇게 말했다. “만을 따라 가능한 한 많은 홀을 만들었다. 우리에겐 약간의 상상력만 필요했을 뿐이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일부 나무를 제거하고 몇 개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잔디 씨앗을 뿌린 거였다.”페블비치는 1919년 2월 22일 개장했다. 모스의 예상대로 델 몬테 호텔과 부동산은 곧 매각됐다. 오픈 후 불과 5일 만이었다. 그런데 구매자는 다름 아닌 모스였다. 자연경관에 매료됐던 모스는 코스 개장 1년 전 자신의 말인 ‘문라이트’를 타고 페블비치 일대를 돌며 어떻게 개발할지 상상했고 투자금을 유치해 거대한 보석을 손에 넣은 것이다.

페블비치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사무엘 핀리 브라운 모스. 사진=페블비치닷컴




모스는 부동산 개발업자이면서 환경보호주의자였다. 그는 1969년 숨을 거두기 전까지 50년 동안 페블비치 일대를 친환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래서 모스는 ‘델 몬데 공작’ ‘페블비치의 창조자’로 불린다. 모스는 페블비치의 또 다른 세계적 걸작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를 설계한 이가 앨리스터 매킨지이고 그의 작품을 본 보비 존스가 오거스타내셔널 건설을 그에게 맡겼다. 모스 덕분에 명문 코스가 줄줄이 탄생한 것이다.

페블비치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파3 7번이다. 그린 뒤로 태평양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성을 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106야드에 불과하지만 맞바람이 불면 3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곧바로 이어지는 8번 홀(파4)은 세계 최고의 홀 중 하나로 꼽힌다.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 바다가 움푹 들어와 있어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샷을 할 때의 부담은 그 어느 곳보다 크다. 지난해 조던 스피스가 절벽 끝에서 아찔한 샷을 날렸던 홀이다. 2021년에는 타이거 우즈가 페블비치의 파3 코스인 ‘더 헤이’를 재설계했다. 페블비치와 골프 황제의 결합을 두고 ‘천상의 조합’이라는 찬사가 따랐다. 우즈는 2000년 이곳에서 열린 제100회 US 오픈 때는 2위를 무려 12타 차이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페블비치 리조트의 가치는 현재 약 35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로 평가받고 있다. 골프 코스 근처 집들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전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기업인 찰스 슈와브 등이 이곳에 살고 있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 화가 살바도르 달리, 소설가 존 스타인벡,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등도 페블비치에 살았었다.

1972년에는 US 오픈이 처음으로 퍼블릭 코스에서 열렸는데 그곳이 바로 페블비치였다. 그동안 페블비치에서는 여섯 차례 US 오픈이 열렸다. 올해 6월에는 US여자 오픈이 처음으로 페블비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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