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결사 반대하는 '의사면허법(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16일 좌절됐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31개 법안을 심사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의사면허법과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도 포함되며 보건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전부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오전 회의 내내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후순위로 밀렸다.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곡관리법 2소위 회부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면서 국민의힘 단독으로 토론 심사가 진행된 끝에 2소위에 회부됐다.
이날 법사위원들은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법안이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를 훼손한다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봤다.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그간 의사와 간호사 간 갈등이 부각됐던 것과 달리, 간호조무사에 대한 위헌적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을 간호학원과 간호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로 제한하고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는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간호조무사가 전문대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헌,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지역사회 간호조무사 업무가 불법적으로 행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지역사회 또는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군의 이해관계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충분한 논의없이 추진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021년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지난해 5월 야당의 주도로 1년여 만에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특정 직업군(간호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으로 철회해야 한다"는 나머지 보건의료직역들의 반발에 부딪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의사면허법에 대해서는 의사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범죄까지 결격사유로 규정한 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2소위로 회부해 보다 심도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9월 대표 발의한 의사면허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거나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담긴 의사 면허 취소 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 특정 경우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민감한 사안을 담은 두 법안이 법사위에서 또다시 멈춰선 데 대해 의료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직역들은 간호법 제정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의협을 필두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보건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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