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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하는지도 모르고 계약서 사인…꿈꿨던 삶과 달라 고용주와 갈등도"

[2023 신년기획] 외국인 쿼터제 총제적 부실

이주민이 말하는 외국인 노동시장

비자평가 어릴수록 고득점 받아

사회생활 없는 어린나이 대다수

"고민 등 중재해주는 기관 있다면

탈주·불법체류자 줄일수 있을 것"

이주민들이 16일 울산이주민협회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해 정정화 사무장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이주민 관련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울산=강동헌 기자




“처음 고향에서 오기 전에 들었던 얘기랑 너무 달라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

16일 울산이주민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외국인 이주민들은 고향에서 꿈꿨던 삶과 한국에서 접한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비전문취업(E-9) 비자, 다문화 국제결혼, 구직(D-10) 비자 등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넘어온 이들은 다른 이주민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바라본 외국인 근로자 탈주의 가장 큰 이유는 ‘계약서를 쓸 때 들은 내용과 막상 와서 본 현실이 너무나도 달라서’였다.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드라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국을 처음 접하고 환상을 갖는다. 이때 브로커가 나타나 그 환상에 기름을 붓는다. 특히 계절근로자(E-8) 비자는 가장 돈이 되는 사업이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해외협력본부장은 “브로커는 그저 많은 외국인을 보낼수록 돈을 많이 번다”며 “‘한국에서는 대충 일해도 월 2000달러는 번다’ ‘어떻게든 입국만 하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환상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E-9 근로자의 경우 브로커를 통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실상에 대해 모르고 넘어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E-9 비자 평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성실성, 직업 능력보다 한국어시험 점수를 가장 중점적으로 반영한다. 2013년 네팔에서 온 비자야 씨는 “다들 일단 한국에 들어오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본다”면서 “근로계약서를 쓸 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작업 환경이 어떤지 등을 직접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근로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동남아 등지에서 넘어오는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E-8, E-9 비자 평가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2009년 네팔에서 온 로켄 씨는 “많은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일을 해본 적도,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들어온다”며 “안 그래도 사회 경험이 부족한데 한국식 위계질서 속에서 고용주와 겪는 갈등과 타국에서의 외로움 등을 홀로 해결하기에는 벅차다”고 말했다.

E-9는 최장 4년 10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른 비자보다 고용주와 갈등을 겪게 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욱 막막하다. E-9 근로자는 법적으로 3년간 세 번 이직이 가능하고 추가로 1년 10개월을 연장할 수 있지만 고용주가 퇴사 신고를 고용노동부에 직접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비자야 씨는 “고용주와의 갈등으로 이직을 하고 싶은데 일부러 신고를 안 해주는 고용주도 많다”며 “이럴 때는 몰래 도망쳐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알음알음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문제를 해결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중재해주는 기관이 따로 있으면 불법 체류자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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