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홀에서 약 8m 거리의 칩인 버디를 성공시킨 김시우(28)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4개월 전 프레지던츠컵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상대로 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아내 오지현(26)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한 양이 됐다. 이어진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김시우는 뒤에서 경기한 헤이든 버클리(미국)가 마지막 홀을 파로 마쳐 1타 차 우승이 확정되자 환한 미소로 그의 아내를 꽉 끌어안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승을 기록한 김시우는 “17번 홀에서 칩인이 극적으로 되면서 (우승을)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18번 홀도 잘 마무리하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잘 맞아떨어져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니 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8년 최경주(53) 이후 김시우가 15년 만이다. 2011년 최경주가 우승한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2017년에 제패하기도 한 김시우는 “항상 최경주 프로님이 우승한 대회에서 따라 우승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징조”라며 “최 프로님이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셨기 때문에 저도 다른 대회들을 따라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닦아놓은 길을 따라갈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7승의 오지현과 약 2년의 교제 끝에 결혼한 김시우는 “지현이와 결혼 후 첫 대회였다. 연애할 때는 아내가 와줘도 1~2주 후에 떨어져야 했다. 가는 날이 다가오면 아쉽고 보고 싶었다”며 “이제는 매 순간 붙어있으니 너무 좋다. 안정이 찾아와 빨리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제가 선수일 때 경기하는 것보다 더 떨린다. 같은 선수로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대회장을 찾은 건 일곱 번째인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우승해서 기쁘고 결혼한 뒤에 우승이라 더 기쁘다”고 했다. 이어 “모든 대회에 같이 다닐 예정”이라며 “이제는 골프 선수보다는 김시우 프로의 아내로서 열심히 내조할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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