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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韓, 제2의 고향”…에너지·바이오까지 전방위 협력

■UAE, 韓에 37조 대규모 투자

바카라 원전서 쌓은 신뢰가 기반

韓 경제 성장력 믿고 과감한 베팅

국부펀드, 中·英보다 투자 더 늘려

양국 정상 2시간 넘게 현안 논의

정부·민간기관 30여건 계약 체결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하며 최우방 수준의 양국 간 관계를 재확인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이날 약속한 금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외국인직접투자금액(FDI·305억 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UAE가 해외에 투자를 결정한 규모 가운데서도 가장 크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무함마드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이 보여준 약속 이행은 기적과 같은 사례”라며 “한국 기업의 성장성과 우수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특히 신뢰를 확인한 부분은 원전 건설이다. 원전은 작은 실수가 인류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대형 원자력 사고로 유출되는 공사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술은 물론 원전 건설과 관련한 노하우가 필수다. 프랑스와 미국 원전의 경우 정해진 건설 공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도산했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UAE에 지은 4기는 모두 계약 기간을 준수해 건설됐고 현재 2기가 가동되고 있다. 올해 3월이면 3호기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모래바람이 들이닥치는 건설 현장에서 완공한 것은 기적과 같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원전의 수명은 통상 60년, 핵연료 처리 등을 포함하면 약 100년간 진행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시작부터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은 향후 100년간 미래를 함께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더욱 협력과 우위를 증진시키도록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가진 정상회담에서 공식 환영식과 확대 회담, 단독 회담, 국빈 오찬을 포함해 2시간 넘게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어 두 정상의 입회하에 이날 양국은 13건의 양해각서(MOU)를 포함해 정부 부처, 민간 기관 등 40여 건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확인하고 원전과 방산·에너지·투자 등 4대 분야에 대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두 정상이 이날 특히 전략적 밀월을 강화하기로 한 원전과 방산·에너지 분야 사업이다. 한국과 UAE는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제안보 이익을 함께하기로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두 정상이 이날 밝힌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CSEP)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 원전·방산과 에너지 분야의 빅딜이다.

특히 두 정상은 탈탄소 전략인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MOU’를 통해 원전 동맹을 UAE에서 글로벌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과 UAE가 ‘원팀’을 구성해 원전 시장에 뛰어드는 구상이다. UAE에서 원전 능력을 입증한 한국은 폴란드와 체코·영국 원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 UAE의 막대한 오일머니가 우리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원전 수주 사업에 나서면 UAE가 금융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UAE는 국부펀드 7개의 규모가 1경 6190억 달러, 한화로 2010조 원을 운용하는 산유국이다. UAE와 원팀을 구성하면서 우리 원전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공공금융으로 무장한 중국을 견제할 강력한 원전 동맹이 탄생한 셈이다.



UAE가 단행하는 300억 달러의 투자도 UAE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소와 우주·바이오 등 미래 유망 기업에 집행될 예정이다. UAE는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와 이란의 팽창에 맞서기 위해 방산 수요를 늘리고 있다. 특별전략적동반자인 한국과 UAE는 단순한 방산 무역을 넘어 공동 개발까지 진행한다. 이의 일환으로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2017년 체결된 한·UAE ‘우주협력 MOU’도 개정하기로 했다. 양국은 장거리 추진 능력이 핵심인 우주탐사 분야에 이어 위성항법 분야 등에서 새로운 협력을 할 계획이다. 또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 MOU를 통해 양국은 기술 정보 교환과 기술이전을 위한 협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미래 에너지와 첨단 기술에 대한 협력과 공동 투자도 진행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산업은행과 자산이 2430억 달러(약 301조 원)에 달하는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맺었다. 산은과 무바달라는 양국 유망 기업에 대한 공동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과 혁신 분야 MOU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와 UAE 경제부 간의 협력도 이뤄진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과 UAE는 디지털 전환과 모빌리티, 항공우주, 부품·소재, 제약과 의료 기기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공급망인 ‘첨단제조 이니셔티브’ 추진에도 합의했다. 양국은 ‘도시 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분야 MOU’도 체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 한국과 UAE가 수소 동맹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산유국인 UAE도 한국에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여수 석유비축기지에 저장될 이 원유는 글로벌 수급이 어려울 때 한국이 우선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다. 사실상 UAE가 한국에 원유 긴급 지원을 하는 형태로 경제안보상 이익을 보장한 것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올해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에 위치한 셰이크 그랜드 자히드 모스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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