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에 대한 최종 고심에 들어갔다. 저출산 대책을 두고 갈등은 빚은 대통령실은 해촉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출마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나 부위원장은 부위원장직을 던지는 방안까지 고심하면서 결국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서울경제에 나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고 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포퓰리즘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 해촉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침묵에 들어갔지만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 요구에 순응한 이미지를 남기기보다 레이스를 완주하는 편이 정치적 위상 강화에 나을 뿐더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기회를 놓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당 대표 당선은 총선 공천권을 넘어 대권 주자로 부상할 기회로 여겨진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인이라면 결국 출마하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실과의 대립각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거꾸로 보면) 드라마가 짜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나 부위위원장은 부위원장직 사퇴를 저울질하고 있다. 저출산 해소 방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큰 의견차를 확인한 만큼 더 이상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의 표명으로 당권 도전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거짓말’ 지적에 대해 “위원회 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고 언급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당원들이 과거처럼 지령을 일사불란하게 따르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나 부위원장에 자신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80만 명까지 늘어난) 당원들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 수행 못지않게 당의 확장성을 고려해 합리적 선택에 나설 당원이 더 많아졌다”며 “나 부위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당선 가능성을 높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의 세포 조직인 당협위원회의 확보도 출마를 결심하는 추동력이 될 수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당선 여부를 떠나 당 대표 출마는 자신의 정치를 위한 당협 조직 재편에 필요한 수순”이라며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을 중심으로 수도권 당협을 밀도 있게 조직할 경우 후일 큰 선거에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소장은 윤심 일변도의 전당대회 구도가 계속된다면 나 부위원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현 의원의 자생력은 선거 구도를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 의원의 경쟁력이 설 연휴 전후로 증명되지 않을 경우 윤심이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장 연대가 결선 승리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할 경우 윤심의 변화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을 밀고 있는 친윤계의 십자포화는 돌파해야 할 난관이다. 김정재 의원은 방송(SBS) 인터뷰에서 나 부위원장을 겨냥해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고 저격했다. 나 부위원장은 10일 제주를 찾아 당원 대상 특강을 열 계획이었지만 당내 기류에 부담을 느끼고 제주도당에서 연기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후보군 교통정리에 직접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무 불개입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에 이어 전당대회 정국에서 대통령실의 입김이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경선룰 개정(당원 투표 100%)은 유승민 전 의원 견제용이라는 시각이 짙다며 “유 전 의원에 이어 나 부위원장까지 주저 앉히는 프레임은 용산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명은 나 부위원장의 출마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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