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물길’이자 향후 미중 갈등의 ‘발화점’으로 남중국해를 지목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영유권 갈등 심화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예긴 부회장은 “남중국해는 한국에도 엄청나게 중요하다”면서 “미중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인데다 이 수로가 세계 무역은 물론 한국 교역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중국해는 한국·중국·일본으로 수입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절반 이상이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무역 수송로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0%가량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세계 어획량의 10%를 차지하는 해양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예긴 부회장은 “중국이 이 거대한 수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원유가 이곳을 통과한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곳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남중국해서 벌어지는 미중 간 에너지 패권 다툼을 한국 같은 주변국들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아울러 현재 세계 정세가 ‘강대국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의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합의에 기반한 무역의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힘으로 새 무역 질서를 짜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보면 그 중 상당 부분은 배터리와 신재생 분야에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중국과의 경쟁’ 행위”라며 “중국은 중국대로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한국에 여전히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예긴 부회장은 진단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국유화를 대폭 강화화고 민간을 통제해온 중국이 최근 경제 성장 궤도에 복귀하기 위해 민간 부문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정학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중국은 한국과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