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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희망을 주는 교육

■성행경 사회부 차장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2023이라는 숫자가 낯설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다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 삶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 희망이 고단한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된다. 각종 지표로 볼 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연대 의식을 갖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지혜를 모아 사회 각 분야의 불합리한 구조와 낡은 제도를 바꾸며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교육은 국민 민감도가 가장 높은 분야다. 역대 정부가 교육을 정책 우선순위에 올리고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교육이 불만과 지탄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국민들은 평소 교육 제도·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변화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 따른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그럼에도 교육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023년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 30년째가 되는 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교육대통령을 자처하며 교육 분야에서 혁명에 준하는 변화를 주문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이다. 학교생활기록부·학교운영위원회·방과후학교가 이때 도입됐고 학교 자율화·다양화와 교육재정 확충도 이뤄졌다.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 수와 정원도 크게 확대됐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 설계로 교육의 시장화를 가속화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5·31 교육개혁안은 지금까지도 교육체계의 근간을 이루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5·31 교육개혁이 이뤄진 지 30년이 다 돼간다. 한 세대가 지난 만큼 시대 변화에 맞춘 추가 개혁이 이뤄져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는 학생·가정·지역·산업·사회 맞춤형 정책으로 기초학력 신장, 지방대 육성, 유보 통합, 첨단산업 인재 양성 등을 교육개혁 목표로 내세웠다. 모두 중요한 과제지만 충분하지 않다. 창의성과 인성을 두루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를 바꾸고 입시 제도를 미래 지향적으로 개편하는 등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민정부 때처럼 교육개혁위원회를 다시 꾸리는 것은 어떨까 싶다. 순수 민간 기구인 위원회에 학생·학부모·교사·전문가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개혁 방안을 창안하도록 하고 범정부 차원의 실무 추진 체계를 꾸려 실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의 탈이념화와 탈중앙화를 이뤄내려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세대와 계층·지역을 망라하는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은 한계가 분명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상향식 개혁을 통해 절망적인 교육을 희망을 주는 교육으로 바꿔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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