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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성적으로 말해…韓 탁구수준 높일 것"

■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초대 감독

나를 원한다는 느낌받아 자리 옮겨

선수들 훈련 땐 '승부사 되라' 강조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도울 것

체육인 대상 교육체계 제공하고

주말 위주의 대회 일정도 바꿔야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이 한국 탁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탁구단에 대한 전권을 저에게 주었죠. 많은 곳에서 감독을 맡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이번처럼 유남규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고마울 뿐이었죠.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최근 창단한 한국거래소 탁구단의 유남규 초대 감독은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서 마지막 감독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 탁구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유 감독은 17년간 국가대표를 지내면서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 199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고 2000년부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삼성생명 여자 탁구단을 이끌던 유 감독이 한국거래소로 자리를 옮긴 것은 ‘조건’ 때문이 아니었다. ‘유남규를 원한다’는 느낌이 그를 끌어당겼다고 한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단장이 필요한 것 없냐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전화를 하는 것도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한국거래소가 한국 탁구를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다. 그는 “나는 1등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이라며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이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소속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그가 선수들을 훈련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승부사가 되라’는 것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을 한다. 목표를 세웠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항상 지금보다 약간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부사 기질과 함께 꼭 지녀야 할 게 또 있다. 초심을 지키는 것이다. 유 감독은 “갑자기 최고가 되면 사람들이 군림하려 하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경우가 있다”며 “더 겸손하고 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야 실수를 덜하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




후배를 볼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되는 점도 있다. 근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탁구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일이 종종 있었다. 꼭 이겨야겠다는 절실함이 가져온 결과였다. 요즘은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국제 무대에서 한국 탁구의 위상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게 그의 냉정한 평가다. 유 감독은 “현재 세계 무대에서 남자는 3~5위, 여자는 5~8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한두 번 패하면 더 이상 도전해볼 생각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모습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탁구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특히 학교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선수들은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문제는 선수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운동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운동선수들에게 수업 시간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그는 “선수들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운동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육인을 대상으로 한 유연한 교육체계와 대안학교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을 혹사하는 대회 일정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탁구 대회는 주말에 일정이 잡힌다. 평일에 학교에 나가야 하는 학생 선수들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셈이다. ‘학생 선수들은 인권도 없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1년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다 보니 몸이 쉽게 상하고 조기 은퇴를 하게 된다”며 “이런 시스템하에서 한국 탁구의 미래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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