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사상 첫 흑인 총장…"내 존재가 누군가 소속감 주기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버드대 스테파니 미첼 제공]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학에서 최초의 흑인 총장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 시간) 클로딘 게이(52) 하버드대 문리대학장이 제30대 총장으로 선출돼 내년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에서 흑인 총장이 탄생한 건 1636년 개교 이래 386년 만에 처음이다. 또 게이 학장은 드루 길핀 파우스트(2007~2018) 전 총장에 이은 하버드대 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페니 프리츠커 총장선출위원회 위원장은 “클라우딘 학과장은 하버드의 학문적 우수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데 전력을 다한 훌륭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며 이번 선출은 600명 이상 후보를 놓고 20회 이상의 회의를 거친 결과라고 덧붙였다.

게이 지명자도 이날 공식 발표 직후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이민자의 딸로서 총장직을 맡게 됐다”면서 “나의 존재 자체가 하버드 내 누군가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다면 매우 큰 영광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70년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게이 학장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뉴욕에서 보내다 미 육군 공병대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잠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1992년 졸업했다.



게이 학장은 199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쓴 박사 학위 논문이 정치학 분야 최고의 논문으로 인정받으면서 하버드대로부터 ‘토판상(Toppan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 모교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게이 학장은 2006년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흑인 등 소수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전체 국민 인식에 미치는 영향과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주택·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로 연구했다.

한편 NYT는 다양성을 유지하는 작업이 내년 7월 임기를 시작할 게이 학장이 가장 먼저 직면할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하버드대 등 명문대학들이 학생 선발 때 적용해온 소수인종 배려 대학 입학제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AA)’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에 돌입, 내년 6월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위주로 재편된 현 대법원 구성상 위헌 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게이 학장은 최근 대학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하고 활기찬 캠퍼스 커뮤니티를 만들고 육성하려는 우리의 헌신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