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형사 소송과 민사 소송의 양쪽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수십년에 달하는 징역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형법상 사기를 비롯해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뱅크먼-프리드를 기소했다"며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고객으로부터 훔친 돈이 양당의 영향력을 돈으로 사고 워싱턴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뱅크먼-프리드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청이 공개한 13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FTX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고객 예치금을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이 회사의 채무를 충당하고 지출을 메꾸는 데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하마에 대저책을 사들이고 정치권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데에도 고객 예치금과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활용됐다는 혐의도 있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뱅크먼-프리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SEC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낸 소장을 통해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 5월부터 FTX 투자자들로부터 18억 달러를 조달해 이 돈을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렸다"며 "알라메다 리서치로 옮겨간 돈을 개인 돼지저금통처럼 이용하며 벤처 투자와 호화 부동산 구매, 정치 후원금 등 용도로 썼다"고 밝혔다.
전날 바하마에서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는 수도 나소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날 현지 법원에 출석한 뱅크먼-프리드는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심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법정 다툼을 벌일 것을 시사했다.
한편, 미 정부는 조만간 바하마 측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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