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 전 캐나다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유전자 감식 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 검거됐다.
28일(현지시간)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캐나다 사법당국은 지난 24일 온타리오주 무소니에서 조지프 조지 서덜랜드(61)를 2건의 1급살인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덜랜드는 1983년 토론토에 거주하던 수전 타이스(당시 45세)와 에린 길모어(22세)의 자택에 침입해 침실에서 성폭행한 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수전 타이스는 자녀 4명의 어머니이자 불우 청소년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였으며, 에린 길모어는 유망한 패션 디자이너이자 광산 재벌 데이비드 길모어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여성은 각각 8월과 12월, 4개월의 시차를 두고 서덜랜드의 범행 희생자가 됐다.
이들의 거주지는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경찰은 두 여성이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는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은 결국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유전자 감식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과거에는 큰 의미가 없던 증거물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된 유전자 샘플을 2019년 미국 텍사스의 유전자 검사 연구소로 보내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23앤드미’와 ‘앤세스트리 캐나다’에서 확보한 DNA 샘플과 현장에서 발견한 DNA를 상호 참조(cross-referencing)해 유전적 형질이 비슷한 사람들의 정보를 추려냈고 이후 가계도를 역으로 그려가면서 용의선상을 좁혔다.
결국 서덜랜드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경찰은 본격적인 유전자 대조 작업을 벌인 끝에 그의 혐의를 입증했다.
이날 경찰은 애초에 서덜랜드가 용의 선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유전자 분석 기술이 아니었다면 그의 이름조차 밝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덜랜드는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 토론토에 거주 중이었고 이후 여러 지역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39년간 토론토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서덜랜드의 연관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에린의 동생 숀은 “에린과 수전 타이스에 대한 악랄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돼 매우 기쁘다”며 “이날은 우리가 평생을 다해 기다려온 날”이라고 말했다.
서덜랜드는 내달 9일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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