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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 바꾸는 이대남과 이대녀들 [윤홍우의 워싱턴24시]

개인의 권리·공정성에 민감한 20대

중간선거 주요 승부처서 민주 지지

펠로시 물러나 美정치 본격 세대교체

美도 韓도 젊은층 표심 정치권 화두로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연방 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에 반발해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하루 전인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메릴랜드 보위주립대에는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마치 운동경기를 관람하듯 치어리더들이 응원에 나섰고 이 지역 최초의 흑인 주지사(웨스 무어 민주당 후보) 당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흑인 여성 유권자인 자넬(23) 씨는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면서 “못난(ugly)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리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 선전한 것을 두고 미국 정치권이 원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주요 승부처마다 10~20대 젊은 유권자들이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2년 전 미국 대선에서도 10~20대 유권자들은 약 60%가 바이든 대통령을 택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접전에서 결정적인 한 표를 행사했다. 철저히 반쪽으로 갈라진 미국 정치에서 선거판을 움직이는 ‘캐스팅보트’로 젊은 유권자(youth)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터프츠대의 서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18~29세 유권자 가운데 27%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중간선거 투표율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들의 성향은 친(親)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하원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선택은 민주당이 63%, 공화당이 35%였다. 서클연구소는 “18~29세의 연령대는 강력한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일한 연령대”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선거 참여가 특히 빛을 발한 곳은 주요 승부처였다. AP통신은 전현직 대통령들이 유세장에 총출동 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선거에서 18~29세 유권자들 가운데 58%가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네바다주에서 대역전극을 이루며 상원을 지켜낼 수 있었다. 민주당 현직 주지사인 토니 에버스가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공화당의 팀 미셸스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인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은 에버스 주지사에게 표를 몰아주며 그의 신승을 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신의 권리와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염증이 난 미국 청년들이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뭉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연방 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자와 만난 흑인 여대생인 앨리샤(22)는 “지난 50년간 합법화돼 있던 낙태를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만든 보수 대법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이들이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세대라는 점도 집권당에 관대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한 선거 전략가는 “물가는 높지만 취업 시장은 뜨겁고 학자금 탕감 등 직접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조 바이든 정부의 마리화나 소지자 사면 ,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에 대한 반감이 젋은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권은 젊은 유권자들이 바꿔나갈 미국 정치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마침 기성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퇴진을 선언하면서 미국 정치는 본격적인 세대교체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유권자 분포 역시 베이비붐 세대(58~76세)가 사망 연령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26~41세)가 그 자리를 대체해나가고 있다.

‘젊은이들을 두려워하라.’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 정치권이 얻은 교훈이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전통적 지지 기반인 백인들 사이에서도 30세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이탈하고 있으며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2024년 대선 승리가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도, 우리 정치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 공정한 기회 등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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