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분풀이 대상을 찾는 투자자가 있다. 하지만 벌면 내 능력이고 잃으면 남의 탓이라는 자세를 갖는다면 투자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투자 내공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전적으로 얻는 경우가 많다. 실패했더라도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투자의 안목과 실력이 자란다. 이미 지난 일을 원망하다가 이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투자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남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다. 가끔 가격 예측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현인을 만났다고 흥분하는 투자자를 보게 된다.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와 이해관계를 따져 가려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증시가 30%나 빠졌는데 증권사 매도 의견은 단 3건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이해관계로 발생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파생상품 투자자는 거래 상대방이 잃은 만큼을 수익으로 챙긴다. 따라서 상대방의 실패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수수료를 받는 상대방은 수수료가 높은 금융 상품을 권하거나 잦은 매매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를 받는 상대방은 고객의 자산을 더 오래, 그리고 더 많이 자신의 관리 하에 두고 싶어할 것이다. 거래 상대가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면 훨씬 더 위험하다. 예측에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탐욕에 대한 견제 장치도 전혀 없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경제 관련 유튜버는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사회적 명성을 얻거나 시청률을 높이려는 욕심이 있다. 따라서 논리적 분석이 뒷받침된 의견이 아니라 구독자의 입맛에 맞춘 선정적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는 확신하는 듯이 주장하지만 사실 자기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 전문가를 믿는 것은 어리석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간헐적인 우연을 실력으로 착각해 맹목적으로 추종하다 보면 더욱 더 깊은 나락에 빠지게 된다.
시장은 이해득실이 서로 첨예하게 얽혀 있는 전쟁터다. 각박할지라도 시장에 참여할 때는 의심이 많은 편이 낫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에 발생한다. 뛰어난 투자자가 냉철하다. 투자한 자산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안다. 사실 지나고 나서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큰소리치는 것만큼 우스꽝스런 꼴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증시가 폭등하던 시절 다시 한 번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저가 매수의 기회는 아닐까. 몇 년 후에 투자의 창 독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지금 내린 결정을 복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