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없이 맑은 제주 풍경과 반대로 야디지북(코스 정보를 담은 책자)의 빈 공간은 점점 사라졌다. 26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GC(파72·6727야드)에서 진행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공식 연습 라운드. 27~30일 본대회를 앞두고 치른 최종 리허설에서 선수들은 각 홀의 샷 공략 지점과 남은 거리 등을 신중하게 표시하면서 야디지북을 빼곡하게 채워갔다.
이번 대회로 시즌 주요 타이틀의 향방이 윤곽을 드러내고 중위권 선수들의 내년 시드 유지 여부도 사실상 결정된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끌어내며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국내 골프장 중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든 핀크스GC는 산방산과 제주 바다 조망으로 유명한 곳이다. 높은 난도로도 이름이 높은데 무턱대고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매 홀 치밀한 공략을 요구해 ‘작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코스다.
선수들은 “핑계 댈 게 없는 코스”라고 입을 모았다. 김수지(26)는 “외국의 유명한 골프장처럼 페어웨이가 정말 깨끗하다. 그린도 빠르고 정비가 잘돼 있다”며 “지난해보다 코스 세팅이 좀 더 어려워진 느낌인데 타수를 줄여야 할 홀과 안정적으로 타수를 지켜야 할 홀의 구분이 명확해 각 홀에 분명한 계획을 갖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보다 후반 코스가 좀 더 어려워 후반 홀들 전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민지(24)는 “4개의 파3 홀이 다 까다롭다. 내리막인 2번, 물이 있는 5번 홀을 특히 잘 넘어가야 한다”며 “전체 코스의 잔디가 워낙 촘촘하게 잘 관리돼 있어 아주 정확한 임팩트를 요구한다. 매 샷에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핀크스의 페어웨이 잔디는 그린에 쓰는 최고급 종인 벤트그래스다. 박민지는 “뒤땅 치기 실수를 계속 주의해야 한다. 체중 이동을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최대한 공을 바로 맞힐 수 있도록 조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윤지(22)도 파3 홀들이 어렵다고 했다. “그린 앞의 물이 무서운 홀이 있는가 하면 그린 경사가 엄청 심한 홀도 있어요. 4개 홀 모두 조금 긴 편이라 더 부담이죠.” 유효주(25)는 이날 5번 홀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다.
최대 승부처가 될 홀은 역시 18번 홀(파4)이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중 하나로 꼽힌 곳이지만 스코어는 아름답지 못할 확률이 높다. 388야드인 1·2라운드에는 그나마 좀 낫지만 409야드로 길어지는 3·4라운드에는 2온도 쉽지 않다. 한진선(25)은 “기본적으로 바람이 많은 홀이고 두 번째 샷 때 긴 클럽을 들어야 해 그린 앞 개울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린 경사도 심해 안전한 공략으로 길게 쳐놓으면 퍼트가 너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수지는 “18번 홀은 일단 티샷을 아주 잘 쳐놓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승부처를 조금 더 넓게 보면 16~18번 세 홀이다. 정윤지는 “어느 코스나 16~18번 홀은 중요하지만 핀크스는 몇 배 더 중요하다. 16번 홀(파5)은 티샷에서 조금만 실수가 나와도 두 번째 샷 때 나무에 가려 각도가 안 나오고 17번 홀(파3)은 2단 그린이 오른쪽 벙커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전했다. 한진선도 마지막 세 홀을 얘기했다. 그는 “16~18번 홀에서 누가 버디 하나를 잡을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크스의 그린은 나흘 내내 스피드 3.4~3.5m의 ‘유리판’ 수준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박현경(22)은 “스피드가 빠른 데다 착시 현상인 ‘한라산 브레이크’가 다른 제주 골프장보다도 심해 그린 읽기에서 승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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