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에서 판소리의 비중이 엄청나게 많아서 판소리 다섯 마당 안에서 작업할 거라는 기대가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판소리에 바탕한 이날치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다들 동의했습니다”
2020년 ‘범 내려온다’로 신드롬 같은 인기를 얻은 지 어언 2년여, 팝 밴드 이날치가 28~30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물 밑’ 공연에 ‘히히하하’ 등 11개의 신곡과 함께 돌아온다. 데뷔 앨범 ‘수궁가’의 출발이 음악극 ‘드라곤킹’이었던 것처럼, 이날치는 이번 공연의 노래를 토대로 내년 중 새 앨범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데뷔앨범처럼 기존 판소리를 재해석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완전한 신곡이다. 밴드의 리더인 장영규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이 “판소리를 새롭게 만들고, 그 바탕으로 이날치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 번 옛날이야기에서 작업을 시작한다면, 밴드에 일종의 프레임이 씌워질 것 같았다고.
이번 신곡은 박정희 연극 연출가가 쓴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라는 줄거리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베이시스트 박준철은 “요즘 종말,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생명 탄생에 대한 찬가 쪽으로 흐름이 이어졌다”며 “생명의 근원을 찾는 긴 과정 속의 성공과 실패, 그에 따른 비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고 전했다. ‘물 밑’이라는 제목도 태초의 생명이 탄생했던 공간이 물속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다만 이번 공연은 음악극이 아닌 콘서트로, 극적 요소를 거의 배제한 대신 음악을 훨씬 강조한다.
사운드 면에서도 1집의 베이스, 드럼 중심에서 타악기와 건반, 신디사이저 등을 적극 도입하면서 확장됐다고 이들은 말한다. 장영규는 “1집과 다른 음악, 남들과 다른 음악, 새로운 음악 같은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을 따로 하기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작업했다”며 “개성이 더 강해졌다. 들어본 이들이 1집보다 록적이고 사이키델릭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치는 이번 공연에 앞서 지난달 영국·네덜란드·벨기에·헝가리 등 4개국 투어공연도 했다. 데뷔 후 첫 해외 공연이었다. 영국에서는 유명 대중음악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그들의 공연을 보고 노래가 기존의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했다. 소리꾼인 멤버 안이호는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의 음악이 그 지역 사람들도 들썩거리게 했던 것 같다”며 “우리의 방향성대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해 앞으로의 방향도 확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작의 대히트 이후 높아진 관심 속에 내놓는 신곡, 부담은 없을까. 안이호는 “많이 크다”면서도 “그런 부담과 별개로 이번 결과물을 모두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치는 이번 신곡을 토대로 앨범을 낸 다음 내년 국내외를 아우르며 다양한 공연장에서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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