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세기말 감성과 첫사랑의 풋풋함을 담은 영화 '20세기 소녀'가 관객에게 그 시절 향수를 전한다. 친구의 우정부터 시선을 통해 시작된 사랑까지 감성 그 자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기운을 받고 돌아온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방우리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나보라(김유정)가 절친 김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다.
'20세기 소녀'는 지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첫선을 보이며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김유정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 좋았다"며 "관객들이 반겨주고 영화를 좋아해 줬다. 부산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오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변우석은 "꼭 가보고 싶었던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있는 기간 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설렜다"고 했다.
박정우는 "내 인생 첫 영화가 '20세기 소녀'인데, 그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노윤서는 "나도 첫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갔다. 개막식부터 관객과의 대화(GV), 오픈토크로 관객을 처음 봤다"며 "틈새로 부산의 정취도 즐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 감독은 "축제의 장에서 영화를 공개하게 돼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관객들을 만나 즉각적인 반응을 보니 좋더라"며 "영화의 좋은 시작이지 않았나 싶다. 이 기세를 몰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 감독은 '20세기 소녀'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친구가 어느 날 우연히 첫사랑 오빠를 봤다고 말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오래된 교환일기장을 꺼내봤는데, 80%가 좋아하는 남학생 얘기더라"며 "내가 친구를 위해 좋아하는 남학생을 관찰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시절이니까 할 수 있었던 흑역사를 풀면 관객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1999년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 과거가 묻어있는 것도 있지만, 세기말 감성이 좋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세대가 바뀌는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요동치던 시절이었다"며 "모든 게 혼재된 시기가 사춘기 보라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세기가 바뀌는 게 과거와 현재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어 "90년대 유행이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냐. 의상과 소품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며 "배우들이 그 시대를 이해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미 많이 알고 있더라. 그 시대를 구현하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여타 첫사랑 영화와의 차별점은 시선이었다. 방 감독은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넣어봤다. 처음에는 연두가 보라에게 현진을 관찰하게 시키고, 그러다가 은호로 옮겨 간다"며 "그 시선으로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캐스팅은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방 감독은 "처음부터 보라 역에는 김유정이 원픽이었다. 가장 원하는 배우와 첫 작품을 하게 돼 운이 좋은 입봉 가독이 된 것"이라며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하고 그 친구의 편이 돼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은연중에 김유정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라에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은호는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친구가 아니라 초반에는 이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절제해야 된다. 그러다가 한순간 환하게 웃을 때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야 되는데 변우석이 미소가 멋있더라"며 "박정우는 귀여운 외모에 중저음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노윤서에 대해서는 "오디션 제일 마지막에 등장했는데, 그림이 그려지더라. 김유정과 케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술술 읽히는 시나리오의 매력에 빠져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정은 "드디어 한국에도 설렘 가득한 영화가 제대로 나오눈 구나 싶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거지?' 궁금했다"며 "그 감성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고, 보라를 겪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우석은 "'나한테 이런 작품이?'라는 생각에 설레면서 읽었다"고 말했다. 박정우는 "'내가 언제 다 읽었지?'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읽었다. 아름다운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노윤서는 "각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됐다. 그 시대 특유의 분위기가 담겨 있으면서 풋풋해서 재밌더라"고 말했다.
김유정은 절친의 짝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보라 역을 맡았다. 그는 "사랑스러운 친구다. 보라색처럼 부드러운 면도 있고, 의리도 넘친다"며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챙길 줄 알고 본인이 무언가에 꽂히면 엄청나게 파고드는 끈기 있는 친구다.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 성장통을 겪는다"고 소개했다.
나보라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풍운호로 분한 변우석은 "자기가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섬세하고 순수함도 지녔는데, 응축해서 표현한다"며 "직설적이지 않은 걸 냉소적인 표정과 말투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정우는 김연두의 첫사랑이자 우암고등학교 킹카 백현진을 연기한다. 그는 "학교마다 전설적인 존재가 있지 않냐. 다른 학교 여학생들이 와서 보고, 환호도 지르고 선물을 산더미처럼 받는 인물"이라며 "나랑 싱크로율은 맞지 않아서 최창민 선배님을 참고하고, 그때 그 시절에 유행했던 옷이나 말투를 많이 찾아보려고 했다"고 했다.
백현진에게 푹 빠져버린 소녀 김연두 역을 맡은 노윤서는 "보라의 절친이다. 심장이 약해서 방 안에 주로 있어서 영화나 비디오 같은 영상을 많이 본다"며 "그런 걸로 사랑을 접해서 사랑에 대한 낭만이 많고, 내면이 단단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21일 공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