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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시진핑에 대한 서방국들의 오해 ?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中 1978년 경제자유화 조치 이후

눈부신 성장에 변화 기대했지만

習, 美 기대와 달리 체제위협 인식

민간 통제·단속 등 관치경제 회귀





오늘날 워싱턴 정가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슈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지적 오류의 바탕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미국인들은 자유 시장을 수용하고 글로벌 경제로의 통합을 받아들인 중국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중국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과 교역의 힘을 과신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는 게 요즘 워싱턴에 형성된 공감대다.

사실 중국은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78년의 경제 자유화 조치 이후 거의 30배의 경이로운 증가세를 기록했고 대중 교육과 도시화가 중국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꿔 놓았다. 또한 중산층에 속한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정보혁명의 첨단 도구를 사용하고 있고 이전에 금지됐던 사유재산 소유, 창업과 거주이전의자유를 만끽한다.

시진핑이 억압과 중앙집권화 정책을 가동한 것은 이처럼 방대한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2012년 집권 당시 그는 경제 자유화가 중국을 나쁜 방향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소비자주의가 판치는 사회에서 공산당은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믿었다. 이를 막기 위해 시진핑은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통제와 단속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그는 민간 분야에 사정 없는 공세를 가하고, 억만장자들을 모욕했으며 공산당 이념을 되살리고, 부패한 당직자들을 축출하는 한편 (반서방) 민족주의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은 낯익은 패턴을 따랐다. 자유화와 경제성장으로 중산층이 형성된 독재국가에서 정권이 취하는 첫 번째 반응은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이 독재국가였던 시절 경제 자유화로 몸집을 불린 중산층이 점점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자 양국의 독재 정권은 국가 폭력까지 동원해가며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억압은 통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에 길을 내줬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시장 개방으로 물밀듯 밀어닥친 변화에 중국이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통하지 않았던 억압정책이 유독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대답은 중국 학자 민신 페이가 2021년에 쓴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이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중국은 유일무이한, 대단히 독특한 나라라고 지적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보다 높은 나라는 민주국가이거나 오일과 가스가 넘쳐나는 독재국가다. 산유국들은 경제와 사회를 근대화할 필요 없이 땅만 파면 쏟아지는 천연자원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예외적 국가인 이유가 무엇인가.

페이는 독재 정권과 전체주의 정권 사이의 오래된 구분을 되살린다. 전자의 경우 정부는 억압적이지만 대상은 다소 제한된다.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후자에 속한 국가들은 생활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며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성장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사회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 중국 공산당은 당 밖에서 파룬궁과 같은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날 경우 이를 도덕적 위협으로 간주해 철저히 봉쇄한다.



시진핑의 세계관 한복판에는 소비에트 공산주의 사멸에 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소비에트 공산당의 몰락은 당 지도자들이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에 대한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정치제도를 개방하려다 나라를 통째로 무너뜨린 어리석은 개혁가로 평가한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붕괴에서 그가 배운 교훈은 당에 대한 통제를 배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주의국가에서 경제성장에 의한 변화는 가중된 억압의 필요성으로 연결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에는 네오스탈린주의로의 복귀로 귀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진핑은 지나친 서방과의 접촉과 상거래가 그들의 통치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따라서 이들은 서방국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그들의 개인화된 통치 기반을 다지는 방법을 찾으려 든다.

시진핑의 문제는 그가 중국을 대단히 위험스런 경로로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중국은 다시 관치 경제로 돌아가고 있고 성장은 눈에 뜨일 만큼 둔화됐다. 중국의 기업인들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로 이동 중이고 한때 생동감 넘치고 혁신적이던 중국 사회의 민간 부문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팽창주의에 대한 국제적 반감 역시 커지고 있다. 페이는 네오스탈린주의 모델이 모든 변화의 길목을 막고 있어 혁명이라는 단 하나의 문만 열려 있는 상태라고 지적한다.

페이는 2035년까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인구가 약 3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들이 과연 시진핑의 억압 아래서 조용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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