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레드라인' 넘보는 푸틴, 美의 억제 시나리오는?[윤홍우의 워싱턴24시]









“우크라이나가 잘 할수록 상황은 더 위험해질 것이다”

지난 5월에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버틸수록 전쟁의 성격이 더 위태롭게 바뀔 것이란 얘기인데요. 당시 이 당국자가 예측한 그 위기의 순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예상 밖 선전,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소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이 이른바 핵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21세기에 핵 전쟁이라니 말이 될까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신 반의했던 우크라이나 전쟁도 현실이 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연합뉴스


데자뷔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인데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입니다.

최근에 조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이 러시아를 향해 핵 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아주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재앙적 결과에 직면할 거라고 경고했다고 하는데요. 이 장면이 불과 몇 달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될 무렵과 매우 흡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보도가 있죠. 바로 워싱턴 포스트(WP)의 '러시아의 도박(RUSSIA'S GAMBLE)' 우크라이나 전쟁의 막전 막후를 다룬 대단한 탐사보도입니다.



이 기사는 화창한 10월의 어느 날 아침,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시작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국장, 안보보좌관 등 외교 안보 수뇌부가 총 집결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브리핑을 받은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두어 달 후부터 아무도 믿지 않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연합뉴스


러시아 군대의 집결지, 가짜 깃발 작전 (False Flag Operation) 등 정보기관이 얻은 은밀한 정보들까지도 공개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그때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확신하면서도,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의 상황과 뭔가 흡사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전처럼 러시아 핵 공격에 대한 구체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없습니다. 최근에 윌리엄 번스 CIA 국장도 어떤 실질적 증거나 위협은 감지 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연합뉴스


다만 대규모 군사 이동이 벌어지는 일반적인 전쟁과 달리 핵 전쟁은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감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푸틴의 핵 무기 사용 지시나 전술핵 준비 동향을 탐지하기 위해 정보 자산을 집중하고 있으나, 이를 사전에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전술 핵무기라는 것이 사실 기존의 전투기 폭탄에 탄두만 갈아 끼워도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날고 기는 미국 정보기관들이라도 이걸 인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자 그럼 여기서 ‘왜’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말 자신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핵무기를 만지작거리냐는 겁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정말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해 ‘자기 땅’이라고 까지 선포한 동부 도네츠크 핵심 요충지 리만을 탈환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제 2의 도시’ 하르키우 수복에 성공했습니다.

수도 키이우 공략은 포기한지 오래됐구요,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은 동북부라도 자기 땅으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언제까지나 전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뇌부를 굴복시킬 강력한 한방이 절실합니다.



두 번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무기와 재원의 소진입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탄약을 구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여부를 떠나 미국의 가장 삼엄한 감시를 받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밀거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재고가 바닥이 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방 진영 내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면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전력이 사실상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조금 다른 이유인데요. 이제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 방어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 전까지는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면서 ‘특별 군사작전’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아예 편입해서 이 영토를 지키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강제적인 주민 투표는 진행됐고 거짓으로 가득한 영토 합병 절차가 공식적으로 완료됐습니다.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대규모 공격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보유한다”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직접 공표한 핵 정책입니다. 러시아의 핵 운용은 이처럼 자국의 영토가 위협 받는 재래식 무기 전쟁에서도 핵 사용을 허용합니다. 서방 진영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으나 러시아는 핵을 사용할 자신들의 명분을 얻얻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 핵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양상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안보 전문가 조셉 시린시온이 WP에서 분석한 3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미국 안보 전문가 조셉 시린시온


첫째는 과시용 핵무기 발사, 즉 흑해와 같은 인적이 없는 곳에 핵 무기를 떨어트려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을 위협을 한다는 건데요. 일종의 위협 발사입니다. 하지만 서방 진영과 우크라이나 이걸로 굴복할 것 같지는 않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둘째는 이른바 전술 핵무기. 소형 핵무기를 동원하는 건데요. 보통 10~20킬로톤의 핵 무기를 말합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 무기의 위력이 15킬로톤이었습니다. 이걸 특정 지역 예를 들어 수도 키이우 같은 곳에 발사할 경우 우크라이나 수뇌부를 궤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러시아가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로 나토 국가에 직접 핵 공격을 하는 건데요 사실상 대규모 핵 전쟁을 일으키는 겁니다.



물론 3가지 모두 현실성이 낮기는 합니다. 특히 대규모 핵 전쟁은 러시아도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 즉 전술 핵 공격에도 서방 진영이 전쟁에 즉각 뛰어들 것인지, 러시아와 직접 부딪힐 것인지 이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앞서 푸틴의 최근이죠. 드미트리 메데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상상해 보라. 나는 이 상황에서도 나토가 직접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미국과 영국,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운명보다 나토 동맹에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초기에 분열됐던 나토 동맹을 생각하면 이 얘기가 아주 틀린 얘기라고만은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억제력과 대응입니다. 중국, 이란, 파키스탄, 인도 심지어 북한까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핵을 사용한 국가에 대한 미국의 응징’ 이 앞으로 세계 질서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최근 미국 내 다양한 싱크탱크들의 분석이 나오는데요. 저는 오늘 미국 국방부와 CIA 출신 안보 전문가 매튜 크로니그 조지타운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보려 합니다.

①더 혹독한 제재와 동유럽 군비 증강

가장 ‘온건한’ 방법이겠죠. 미국과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더 혹독하게 제재하는 동시에 그간 제재를 주저해온 중국이나 인도를 끌어들여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도 있습니다. 미국 핵 무기를 폴란드에 배치하고, 동유럽의 군사 태세를 크게 강화합니다. 핵 폭격기에 탄두를 장착하고, 핵 잠수함을 동유럽과 러시아 인근에 배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미국과 서방 진영의 다소 ‘소극적’ 대응을 돌이켜보면 이같은 시나리오는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이 정도 강도의 대응이라면 중국과 북한같은 국가들이 핵 사용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②러시아 전술핵 거점을 향한 재래식 공격

미국이 핵 공격을 실시한 러시아 군에 대해 제한적인 선에서 재래식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재래식 공격이지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사용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버전은 우크라이나 편에서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 같은 직접적 군사 개입은 전 세계에 ‘핵 공격은 절대 좌시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낼 것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러시아와 나토 국가 간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고, 러시아가 미국이 핵 무기 사용을 꺼린다는 것을 알고 추가 핵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③핵은 핵으로 대응, 미국의 핵무기 공격

미국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응징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핵 사용에 대한 ‘금기’를 명확히 한다는 뚜렷한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들도 바짝 긴장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이 ‘핵무기로 과연 무엇을 타격할 것인가’ 매우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핵 공격이 또 다시 러시아의 핵 보복을 자극해 전 세계에 재앙이 닥칠 우려도 있습니다.

푸틴은 과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핵 도박을 벌일 수 있을까요. 또 미국은 푸틴을 제어하고 세계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억제력을 쓸 수 있을까요. 매튜 크로니그 교수는 ①과 ②의 조합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홍우의 워싱턴 24시 다음 코너에서 뵙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