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최근 사상 최대 수준의 외환 시장 개입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은 지난달 22일 일본 외환 당국이 달러를 팔아 사들인 엔화가 총 2조 8382억 엔(약 28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 계산이 맞다면, 일본 외환 당국의 달러·엔 시장 개입액은 1998년 4월 10일(2조 6201억 엔) 기록했던 하루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이는 일본 재무성이 8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 달 간의 외환 개입 실적이 2조 8382억 엔이었다고 밝힌 것에 기초를 둔 추산이다. 이는 일본 외환 당국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외화 예금액인 20조 엔(8월 말 기준)의 15%에 달하는 액수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약 24년 만에 외환 개입을 했다.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식으로 환율 안정에 나섰던 것이다.
당시 시장에선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액이 3조 엔 규모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이는 실제 재무성 발표와 비슷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달 22일 이후에도 공표하지 않고 개입했을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시장 관계자 추계와 이번 실적액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모두 지난달 22일 개입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은 올해 심각한 엔저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밟는 등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지난달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던 지난 3월엔 엔·달러 환율이 6년 1개월 만에 120엔대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엔 140엔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달 말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4월 외환시장에서 1일 엔화와 달러 거래는 8710억 달러(약 125조 엔)”라며 “이번 개입 규모는 거래액의 2%에 불과해 엔화 약세의 요인인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확대 구도가 변하지 않는 한 효과는 한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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