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올해 6월 이른바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 작전’을 공언했다. 새 정부 초기 100일은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라며 납품단가연동제 등 약자를 위한 법안을 입법 1순위로 못 박았다. 하지만 지난 넉 달간 국민의힘은 권력 다툼에 당력을 낭비하고 있다. 공천권을 향한 이전투구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정책을 추진할 최소한의 지지율마저 위협받고 있다.
21일 정기국회가 개막한 지 3주가 됐지만 국회가 내세울 성과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처리뿐이다. 조세 행정 혼란을 막기 위해 여야가 서둘러 처리했지만 1세대 1주택자 과세 기준 금액을 14억 원으로 상향하는 핵심안은 배제돼 반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말 시작된 후반기 국회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입법 성과는 유류세 인하,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 정도로 쟁점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번 정기국회도 정쟁에 치중하다 정작 핵심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끝나는 ‘무능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집권 여당의 내홍이 세 달 넘게 이어지면서 내실 있는 의정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당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선임해 ‘투톱 체제’를 구축했지만 사법부에 운명을 맡기면서 정상적 리더십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상태다.
만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적 비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현 지도부는 또 붕괴되고 전당대회 수순을 밟게 된다. 국정 청사진이나 정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은 “인수위의 국정과제는 정부 시작 100일 내 국무회의를 통과해 5년 동안 실행해야 한다”며 “장관 인선 지연으로 코로나19 로드맵이 무산됐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 외면은 여당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충격에 한국의 가계부채는 시험대에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위협받는 등 대내외 환경이 암울하다. 민생을 위한 공간이라는 정치의 본령 회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이다. 이재명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를 통해 정책 소통 라인은 확보해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국민의힘은 내분을 수습해도 민생 정책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지지율 40% 돌파는 난망할 것”이라며 “야권과의 대치로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민생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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