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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우려 없으면 불구속?…美日선 체포 즉시 구속

◆선진국 영장심사제 사례는

한국은 피의자 심문 기준 추상적

재범 위험성 판단 못해 허점 노출

"영장 항고 도입 등 법 개정 시급"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찰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전인 지난해 10월 전주환을 긴급체포한 뒤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모호하게 규정된 현행 기준를 선진국처럼 세분화하고 구속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 영장 실질 심사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규정한 현행 법률이 지나치게 애매하고 추상적이라는 얘기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영장 전담 판사가 없는 지방법원의 경우 ‘구속 여부를 심사할 당직 판사를 보고 영장 신청 날짜를 정한다’는 말이 검사들 사이에서 돌 정도로 우리나라의 구속 심사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구속 기준이 되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는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구속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동시에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구속하는 방향으로 사법 체계가 이뤄져 있다. 미국에서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법원의 사전 영장 없이 체포되고 동시에 구속도 이뤄진다. 통상 경찰관이 직접 법원에 출두해 신속하게 판단을 구하는데 치안 담당 판사는 구속 여부가 아닌 보석 여부를 주로 판단한다.





일본에서는 피의자가 체포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한다. 구속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취지인데 체포 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체포되면 90% 이상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이 청구되면 95~98%는 발부된다. 구속 기간에 제한이 없고 기소 전 보석 제도가 없다는 점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독일은 ‘재범 위험성’을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거가 안정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 하더라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면 구속한다. 1개월에 불과한 한국과 달리 최장 6개월까지 구속할 수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영장이 발부되고 기각됐는지를 알 수 없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도 기각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영장항고제를 도입하는 등 법령 개정에 시일이 걸린다면 법원 자체적으로 구속 기준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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