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이 서울교통공사 내부 전산망의 허점을 이용해 일반 직원의 등급으론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인 직원 거주지 주소까지 찾아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20일 전파를 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일반적인 인트라넷이 아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의 회계 프로그램 부분에 허점이 있었는데 전주환씨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서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에 그걸 활용해 피해자의 주소지를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등급의) 직원은 내부망을 통해서 사진이나 이름, 근무지, 근무형태, 어디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개인의 휴대전화나 사내 이메일 주소 정도(까지)만 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사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토대로 전주환이 직위 해제가 되기 전에 개인 신상정보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직위해제 상태에서도 수차례 역을 찾아가 휴가 중인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내부망에 접속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다.
실제로 전날 MBC 보도에 따르면 전주환은 범행 11일 전인 지난 3일 피해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구산역 고객 안전실(역무원 근무실)에 들어가 자신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고 속인 뒤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일정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산역 역무원들은 전주환이 자연스럽게 내부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입해 내부망에 접속하여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울러 MBC는 전주환이 과거 서울교통공사 재직 당시 근태 관리를 맡았던 직원이라는 점을 들어, 그가 어렵지 않게 높은 등급의 개인정보까지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역무원을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그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한편 전주환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운전자 폭행과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전과 2범이다. 지난 2018년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3년 동안 불광역 역무원으로 근무했으며, 지난해 10월 입사 동기였던 피해자에게 교제를 강요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다. 전주환은 지난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실무 수습 과정을 거치지 않아 최종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
전주환은 이달 16일 이뤄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평소 우울 증세가 있었고 범행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며 "오래 전 계획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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