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일절 받지 않은 자녀가 취업을 한 뒤 생활비를 요구받는 사연이 전해졌다.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최근 스무 살 이후 부모님께 단돈 천 원도 손 벌린 적이 없었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최근 모 기업 공채로 취업했다고 밝힌 A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부모님 집에 살 때도, A씨의 부모님은 밥 한 번 사주지 않으셨고 오히려 A씨가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10만 원씩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월세로 옮길 때도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은 없었다. 이에 A씨는 등록금과 보증금 대출이 있다고도 했다.
A씨는 “취업을 하자마자 부모님이 매달 30만 원씩 생활비를 달라고 한다”며 “심지어 법적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부양료를 꼭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30만 원 정도는 그냥 드릴까 싶지만, 부모님은 내가 힘들 땐 한 푼도 안 도와주셨고 (나는) 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모님이 당연하게 생활비를 요구해 서운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A씨는 부모에게 부양료를 줄 법적 의무가 있을까. 민법 제974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는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성년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인 성격이 아니다. 성년 자녀와 부모는 ‘2차적 부양의무’ 관계이기 때문이다.
민법은 ‘1차적 부양의무’와 ‘2차적 부양의무’를 규정한다. 2차적 부양의무보다는 1차적 부양의무를 더 강하게 규정한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부부간 상호 부양의무는 1차적 부양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에 규정된 부부 간 상호 부양의무는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을 포함하며,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2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부양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A씨의 경우 성년 자녀와 부모의 관계이므로, 1차적 부양의무보다는 약한, 보충적 의미의 2차적 부양의무 관계라고 볼 수 있다.
A씨의 부모가 A씨에게 부양료를 법적으로 청구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인지 △부양료를 지급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의 청구인지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비용인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방송에 출연한 안미현 변호사는 A씨의 부모가 세 가지 요건을 다 충족하는지 사연만으로는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서는 부모님이 자력이나 근로에 의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인가를 볼 것 같은데, 지금 사연만으로는 그런 내용은 확인이 안 된다”며 “A씨가 취업을 해서 부양할 수 있는 요건 자체는 될 것 같지만 20대라면 취업을 해도 대출을 갚다 보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해도 기각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정폭력 등으로 학대했거나 오랜 기간 유기한 경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신의성실에 반하고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원이 부양료 청구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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