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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비 제한 이어 '성능 상한' 제시…'中 AI굴기 차단' 의지

■ 美, 對中 AI칩 수출 금지'…G2 첨단산업 갈등 격]

AI 칩용 A100·H100 등 대상

엔비디아·AMD에 전격 통보

美 "안보 우려" 내세웠지만

中 초거대 AI발전 지연 전략

성능, 수출통제 기준될 수도

애리조나지사 만난 차이잉원

“美와 민주주의 칩 생산 기대”

8월 31일(현지 시간) 엔비디아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공시. 사진 제공=SEC




“미국은 미래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둔 반도체 컨설팅 회사 IC와이즈의 샹 만준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8월 첨단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워싱턴이 지금껏 숨기던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된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까지 차단할 정도로 미국의 긴장감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온 미국이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분야를 겨눴다. 8월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AI용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AI용 고성능 컴퓨팅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중 수출 금지 조치를 양대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AMD에 전격 통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양국 간 ‘반도체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


수출 금지 대상이 된 GPU는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이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에서 고성능 컴퓨팅을 위해 활용되는데 미국 정부는 향후 최고 성능 기준으로 A100과 동급 이상의 성능을 내는 GPU가 나올 경우 미국 정부에 미리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일종의 ‘성능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AMD의 경우 데이터센터용 GPU 인스팅트(Instinct) MI250이 수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엔비디아에서 2020년 출시한 A100은 AI의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H100은 그 다음 단계로 개발된 차세대 모델로, A100 대비 7배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초거대 AI의 학습에 필수적이다. 미 당국은 이러한 제품이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위험성을 감안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다고 회사 측에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GPU뿐만 아니라 이들이 포함된 워크로드 시스템 등 인프라까지 수출 제재 대상으로 삼아 당분간 중국의 AI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엔비디아 측은 이날 “중국 고객사를 위해 A100·H100의 대체품을 찾을 예정”이라며 “대체품이 고객사에 충분히 만족을 주지 못할 경우 정부에 수출 허가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가 안보를 우려로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 만큼 허가 요건은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한 대체품인 A30은 성능이 A100 대비 50%가량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GPU 없이는 중국 기업들의 AI 역량이 향후 수년간 크게 뒤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근간으로 한 5세대(5G), 항공우주, 양자컴퓨팅 등 미래 산업에서 전방위적인 중국 견제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수출 통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별 기업에 금지 대상 품목을 명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출 제재 대상이 낼 수 있는 성능의 상한선까지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미래 산업의 핵심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관련 수출 통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모든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의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 기준을 기존 10㎚에서 14㎚로 강화했으며 7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서 28㎚ 이하 시스템반도체의 생산 또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1일 대만을 방문 중인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주 주지사와 만나 대만이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 칩(democracy chips)’을 생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차이 총통이 “(중국을 겨냥해) 권위주의적 팽창주의와 팬데믹 이후 시대의 도전에 직면해 대만이 반도체와 기타 하이테크 산업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대만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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