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두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진행했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소송에서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 환율 1300원 적용)를 지급하라는 최종 판정이 나왔다. 론스타가 요구했던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800억 원)의 4.6% 규모이다. 정부는 중재판정부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판정은 우리 정부의 인수 승인 지연으로 HSBC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이 결렬됐다는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국세청의 자의적 과세 부분도 기각됐다는 점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는 “론스타와 관련해 국제 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구조 조정 및 해외 매각 과정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 2003년 한국 LCD 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한 중국 BOE 역시 기술만 빼간 뒤 재매각한 대표적인 ‘먹튀’ 사례다. 앞으로 국익에 반해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 정부를 겨냥한 ISDS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ISDS 제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중재의향서’ 접수 건수도 이미 7건에 이른다. ISDS는 론스타를 포함해 총 10건으로 이중 3건은 종료됐고 7건은 진행 중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털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중재 소송도 우리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조직과 전문 인력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국제 투자 분쟁이 늘고 규모도 커지면서 조직과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국제 투자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인허가와 승인 등 각종 정부 규제 행위와 국제 법규 조약과의 정합성 역시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민간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