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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화이부동(和而不同)과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한중관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수사로 사자성어 쓸 수 있지만

자의적 해석 가능해 논란의 소지도

中정부의 한반도 전략에 상응하는

對중국 정책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중 관계 현상을 설명할 때 중국은 줄곧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한중 수교 30년을 계기로 한국은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새롭게 제시했다. 즉, 중국과는 가치와 제도를 달리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기존 정책의 지속과 일관성을 요구했다. 얼마 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이 화이부동을 강조하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실현한 조화(和)가 더욱 오래간다”고 화답하면서도 “군자는 신의로 이를 이뤄야 한다(君子信以成之)”고 덧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가 논어 ‘위정(爲政)’ 편에 있는 화이부동을 한중 관계의 준칙으로 삼은 배경에는 중국이 인위적으로 우리의 정책을 강압하지 말라는 외교적 메시지가 숨어 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동(同)의 논리는 억압과 지배, 흡수와 합병의 논리이며, 화(和)의 논리는 공존과 평화의 논리라는 점에서 동의 논리를 화의 논리로 바꾸는 게 새로운 관계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완전한 일치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조화와 화합을 추구한다는 화이부동을 인용한 바 있다. 2014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벨기에 브뤼주유럽대에서 한 연설에서 “차와 맥주의 세계관이 다르지만 양립할 수 있다. 중국은 ‘화이부동’을, 유럽은 ‘다원일체’를 강조한다. 중국과 유럽이 함께 노력해 인류 문명의 꽃들이 만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은 주로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절충적 의미가 강하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제도와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 간 관계에 구동존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동양 고전에서 잘 다듬어져 정착된 것은 아니다. 거슬러 가면 ‘예기’에 “악(樂)은 같게 하는 것이고 예(禮)는 다르게 하는 것이다. 같으면(同) 서로 친하고 다르면(異) 서로 공경한다. 악이 지나치면 방종으로 흐르고 예가 지나치면 인심이 떠난다”는 전거가 있다. 이것이 중국 외교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저우언라이 총리가 1955년 4월의 반둥회의에서 “우리 대표단은 같음을 구하러 온 것이지 다름을 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상 의식과 국가 제도는 한쪽에 두고,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은 보류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은 이곳에서 제시한 영토 보전과 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호혜 평등, 평화 공존 등 평화공존 5원칙, 그리고 주권 평등, 공동 안전, 공동 발전, 공동 이익, 포용, 공평 정의라는 신평화공존 6원칙도 중용의 철학인 구동존이 정신에 닿아 있다.

이러한 구동존이는 중국 지도자들이 한중 관계를 언급할 때 쟁점과 차이를 남겨두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주로 사용됐다. 이후 양국에서 공통점을 찾으면서 차이를 줄이자는 구동축이(求同縮異), 공통점을 찾으면서 이견을 완화하자는 구동화이(求同化異)라는 새로운 주장이 있었고 실제로 2016년 한중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동화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 한중 관계는 구동존이와 화이부동 사이에서 위상을 정립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자성어가 동양에서 외교적 수사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중립적 영문 표기도 없고 권위 있는 해석이 없다는 점에서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등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상응하는 한국의 대중국 정책의 대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정권의 이익을 넘어 협치, 그리고 넓은 국민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한중 관계의 예측성, 실행성, 지속 가능성,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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