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초 예상을 깨고 공화당과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고조된 ‘정권심판론’이 기름 값 하락으로 주춤해진 반면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에 반발한 민주당 여성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도 판세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28일(현지 시간)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226석, 민주당은 20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총 435석인 하원은 현재 민주당이 221석으로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공화당이 절반을 넘기는 하나 지난달 예상치(230석)보다 줄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전망은 올 초 예상보다 나쁘지 않으며 공화당의 하원 득표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원은 이미 미세하게 민주당으로 기울고 있다. 총 100석 중 35석을 뽑는데 현재는 공화당이 21석, 민주당이 14석이다. ABC뉴스와 폴리티코 등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을 18~19석, 민주당을 11석, 경합지를 5~6석가량으로 예측하는데 경합지의 상황이 공화당에 점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이 은퇴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가 ‘친 트럼프’ 성향의 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앞서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위스콘신에서도 현역인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극단적이고 결함 있는 후보자들을 발탁해 상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권 폐지 이후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민주당에는 호재다. 최근 뉴욕주 19선거구에서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낙태권 보장을 내세운 팻 라이먼 민주당 후보가 51.1%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 선거구가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갔던 대표 경합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여세를 몰아 하반기 들어 민주당의 정치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의 기부금이 지난달 증가했으며 민주당 ‘큰손’들은 하원 선거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암이 엇갈리는 점도 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4%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반출 사실이 공개되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