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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스텐트시술 후 정기검사 하지마라"…韓, 세계 가이드라인에 도전장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 유럽심장학회 발표 연구로 주목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정기검사 유용성 최초 검증…표준치료 변화 예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1년 뒤부터 심장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받고 있다. 심장기능을 확인함으로써 치명적인 심장사건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이러한 정기 추적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의료진이 시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전 세계 표준치료를 뒤집는 데이터가 마련되면서 가이드라인은 물론 진료현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팀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 여부에 따른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 또는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두 환자군 간 차이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경우에 좁아진 혈관에 관상동맥 스텐트를 삽입해서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이다.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표준치료 방법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관상동맥 중재시술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해 왔다. 허혈성 심장질환 재발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에게 운동부하검사, 심장핵의학검사, 약물부하 심장초음파검사 등의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란 임상의사들의 경험적 판단에 의한 결정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는 확보된 바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관행에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올해의 주목받는 연구’로 발표되는 동시에 의학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권고사항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팀은 국내 11개 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시술환자 1706명을 시술 1년 후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849명) 또는 정기검진 없이 표준치료만 진행한 환자군(857명)으로 무작위 배정하고, 비교분석했다. 이들 환자는 평균 64.7세로 좌주간부 질환, 분지병변, 만성폐색병변, 다혈관질환, 당뇨병, 신부전 등 해부학적 혹은 임상적 고위험인자를 최소 1개 이상 동반하고 있었다.

시술 2년 후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재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한 결과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의 시술후 2년째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5.5%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정기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6.0%로 두 집단 간 유의한 통계학적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서 시술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가 환자 안전에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술 후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타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이 동반됐을 경우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체계의 적절한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박덕우 교수는 “경험에 의존해왔던 관상동맥 중재시술 시술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라며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검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의미가 매우 크고 실제 환자의 진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고위험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염려로 무증상임에도 정기검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모든 환자가 필수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받기보다 증상이나 여러 임상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사 유무나 그에 맞는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이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참여한 NEJM 논문은 총 8편이 됐다. 지난 2003년 박승정 심장내과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NEJM에 논문을 게재한 이래 관상동맥 질환을 치료하는 중재시술팀이 6편, 판막질환을 치료하는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가 2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특히 박승정 교수는 NEJM에 게재된 중재시술팀의 논문 6편에 모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아시아 최초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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