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미팅에서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경제 성장률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의 딜레마가 커지게 됐다. 미국이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부쩍 높아짐에 따라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진 중국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중국은 식어가는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인프라 투자 등을 확대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쓰촨성 일대의 폭염에 가뭄의 여파까지 더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7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자 및 고문들이 잭슨홀미팅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미국과의 ‘금융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주 중국개발연구재단이 베이징에서 주최한 비공개 회의에서 잭슨홀미팅 때 도출될 결과의 장기적 파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회의 발언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잠재적인 세계 경제 침체, 금융 충격, 악화하는 미중 관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중국의 우려대로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된 잭슨홀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둔화를 예상하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국 측에서는 미국과의 잠재적 금융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응할 중국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22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와 5년 만기 LPR을 각각 각각 0.05%포인트, 0.15%포인트씩 인하했다. 물가 상승 우려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자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는 6.8536위안까지 올라 2020년 8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추가 재정·금융정책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은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봉쇄로 꺾인 경기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월 공업 기업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4조 9000억 위안(약 950조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월까지 1.0% 늘어났지만 7월 한 달 동안 전년 동월 대비 12%가량 급감했다. 8월 휴가철을 맞아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와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 여기에 쓰촨성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까지 감안하면 8월에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내세웠던 성장률 목표치 '5.5% 내외'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최근까지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4%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 2.8%로 각각 낮춘 데 이어 28일 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3.6%로 0.4%포인트 내렸다. 쓰촨성과 충칭 등 중국 서부 지역의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EIU는 지난해 석탄 부족에 따른 전력난으로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지적하며 올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