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대비해 비용 삭감에 나선 기업들이 기술 분야의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속도를 내던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늦춰지면서 클라우드 분야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성장 둔화를 내다보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분야 지출이 올해 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인 10%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다. 팬데믹 당시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 도입에 열을 올렸던 것과 달리 경기가 불안해지자 기술 분야의 지출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최근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브렛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는 기업들의 우선순위가 성장에 있었지만 올해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으로 옮겨갔다"며 "많은 기업이 현재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세일즈포스는 앞서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출 전망을 최대 318억 달러(약 42조 7000억 원)에서 310억 달러로 줄였다.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도 기업 고객 대상의 구독 사업 확장에 차질을 보이면서 올해 온라인 사업 부문의 매출이 7~8%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둔화의 여파로 세일즈포스와 줌의 주가는 올 들어 각각 30%와 50%씩 하락한 상태다. 이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약 -20%)에 비해서도 큰 낙폭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의 올 2분기 매출 증가율도 각각 33%와 40%로 전년의 37%와 50%에서 상당 폭 둔화했다. 구겐하임증권의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존 디푸치는 "기업들이 신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대신 기존 소프트웨어 계약을 갱신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 둔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올해 전년 대비 17.5%에서 내년에는 16.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표 클라우드 업체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를 피해가지 못했다"면서도 "비용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재탐색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